아프지 않은 대상포

몸의 비명보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더 컸던, 그 꿈결 같던 날들에 대하여

by 마당 귀퉁이

늦은 나이에 만난 솔이는 내겐 기적 같았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남편의 야근도 잦았지만, 모든 육아를 전담하면서도 나는 힘든 줄을 몰랐다.


너무나 어렵게 찾아온 아이였기에 그저 소중했고, 모유 수유와 분유를 병행하는 고단한 일과 속에서도 솔이와 함께 먹고 자는 매 순간이 꿈결처럼 행복했다.


하지만 마음이 차오르는 동안 몸은 조용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나 보다.


어느 날 허벅지에 돋아난 두드러기가 가라앉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많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냐"며 놀라셨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정말 아픈 줄을 몰랐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 통증을 잠시 가려두었던 것일까.


그날로 모유 수유를 중단하며 결심했다. 이제는 나를 돌보면서 솔이를 돌보기로. 엄마의 일방적인 희생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중에 솔이가 컸을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무서운 말로 아이의 삶을 누르고 싶지 않다. 지금도 나는 솔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행복, 그리고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지금 내 나이쯤 되면 안다. 엄마가 스스로를 돌보며 지혜로워져야 우리 가족 모두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