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한번 웃음보가 터지면 주체할 수가 없다. 남편은 도대체 왜 저러나 싶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보지만, 아래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안 웃을 수 있을까?
한 번은 영국 여행 중에 유명한 초콜릿 가게를 찾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웬 신사가 홍보용이라며 작은 조각들을 나눠주길래, 남편과 나는 "와, 여기인가 보다!" 하며 덥석 받았다. 그 남자가 영어로 뭐라 뭐라 설명을 하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말은 못 알아듣겠는데 무슨 말인지 알았다. '이거는 초콜릿이 아니고 비누구나.' 아, 그래서 남편에게 외쳤다. "오빠, 먹지 마!"
내 외침보다 남편의 손이 더 빨랐다. 오빠는 입에 넣고 나서야 이건 초콜릿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영국 남자의 표정과, 비누 조각 맛을 보고 있는 남편의 표정. 그 묘한 정적 속에서 나는 결국 숨이 넘어갈 듯 꺽꺽대며 웃음이 터졌다. 나중엔 미안해하던 영국 신사도 함께 빵 터졌고, 우리는 결국 기념으로 그 비누를 한 개 사서 돌아왔다. 참고로 남편은 영어를 꽤 한다. 외국 회사를 다니며 영어로 문서를 작성하고 영어로 회의를 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비누를 먹은 남편보다, 그걸 보고 꺽꺽대며 웃는 내가 더 이상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떡하나, 이게 나의 행복인걸!
나의 이 유별난 '웃음 DNA'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유전된 모양이다. 아이가 별거 아닌 일로 웃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한참을 웃는다. 그 웃음소리가 꼭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 같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라는 이야기는 들어왔었지만, 그 말이 딱 맞는 순간이 없었는데 아이가 처음 웃을 때 딱 이 말이 생각났다. '아, 이런 소리구나' 하고 깨달았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더니, 어린아이들도 이렇게나 잘 웃는지 미처 몰랐었다. 아이가 숨이 넘어가게 웃을 때마다 내 마음속에도 투명한 옥구슬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것 같아 참 행복해진다. 그날 아이가 아무리 힘들게 했어도, 나에게 힘든 일이 있어도 이 순간 모든 고민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한 가지 의문인 건 남편의 태도다. 내 웃음소리에는 세상 심드렁하던 남편이, 아이의 옥구슬 소리에는 미소를 짓는다. 같은 유전자에서 나온 웃음소리인데 대우가 너무 다르다. 행복한 마음 한구석에 아주 쪼금, 억울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