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화장실에 가려다 뒤로 나자빠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분명 문이 열려 있어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안엔 늘 엄마가 변기에 앉아 있었다.
"엄마! 문 좀 닫고 봐...!"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 당연한 프라이버시를 지키지 않는 걸까? 몇 번을 말해도 엄마는 늘 대답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그 '열린 문'의 비밀을 알게 됐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문 앞에 앉혀두고 볼일을 봐야 하는 삶. 아이가 잠든 뒤에도 혹여 깰까 봐 귀를 쫑긋 세우고 욕실 문을 살짝 열어둔 채 씻어야 하는 삶.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아이가 조금 큰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내가 씻든 말든 남편과 아이는 열린 문 사이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진다.
"나도 인격체라고! 다 씻고 말해!"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과 '쿵' 닫히는 문소리뿐이다.
문득 혼자 볼일을 보다 문을 닫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진짜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