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무 교회가 온다"-황인권-
오랜 전부터 브랜딩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었다. 이제 변화무쌍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내 자신도 브랜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교회는?
다섯 가지가 없는 교회가 온다라는 뜻의 책 제목은 파격적이게 다가왔다. 본질은 교회 브랜딩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 분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5무 교회가 앞으로 온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왔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5무 교회'란 무엇일까?
1. 로고에 십자가가 없는 교회
2. 새벽예배가 없는 교회
3. 성경공부가 없는 교회
4. 구역이 없는 교회
5. 장로 직분이 (아직) 없는 교회
이렇게 이야기 하면, 과연 교회의 본질을 다 잃어버리고,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예언서가 아니라, 현재 한국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트렌드를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정리한 "트렌드 관찰서"이다. 그러기에 이 책의 주 대상은 사실 청년들이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회의 많은 곳곳이 MZ세대를 끌어당기기 위해 어떻게 변신해가고 있는지 그 트렌드가 나온다. 그래서 교회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어떻게 변화를 꾀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교회가 청년이라는 특정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하지만, 교회는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기에 조금 더 균형 잡힌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 교회라면 조금 더 흡수하기가 수월하겠지만.
아쉬운 점은 여러가지 한국 사회의 트렌드를 적용하여 교회의 브랜딩을 가져간다고 해도, 결국에는 그 바탕에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성장주의라고 할 수 있겠다. 무한한 성장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교회를 세워나갈 수는 없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인 탈성장 교회와 맞물려 생각을 해본다.
"성장주의는 단지 규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 신자유주의적 카지노 탄소 자본주의와 사회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탈성장은 이런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내가 볼 때 탈성장은 생태, 정의, 평화 전반에 걸친 주제를 총괄하는 의미의 개념이다.(탈성장교회, 이도영, 40페이지)"
책 말미에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교회, 아웃리치 매거진에서 선정한 상위 20개의 교회 모두 결국 교인이 많이 모이는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질적인 성장이 많이 나왔겠고, 그 과정에서 교회를 브랜딩하는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결국에는 양적인 성장이 없이 질적인 성장만으로 상위 20개의 교회에 뽑힐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에 대한 논쟁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결국에는 양적 성장을 위한 방안과, 그렇게 됐을 때의 주는 힘이 막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적으로 성장하지 않아도 질적으로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무조건 양적인 성장을 자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적정 규모의 교회.
대신 또 다른 이 책의 장점은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서 살아갈 때 지역사회에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로컬과 긴밀하게 움직이는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들에서 교회는 어떤 로컬성을 회복해야 하는지 깨닫을 수 있다.
"과거에는 교회가 동네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리를 카페와 편집숍 등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상점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동네에서의 경험과 관계 맺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교회도 동네의 일부로서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공간과 기능을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183페이지)"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사회와 이 땅에서 구현해 나갈 것인가? 균형과 경계를 오가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