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최재천, 안희경-
어린 시절에서 대학생 시절까지 "진짜 공부"를 해본 적이 있을까? 다시금 생각을 해보았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해야하기 때문에 했던 '당위의 공부'가 전부였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는지 가물 가물하다. '해야만 했던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억지로 생각하며 했던 기억 외에는.
대학원생이 되어서 "너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 라고 수 없이 들었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려고 하니 도무지 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신나게 여러가지 것들을 해보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았어야 했는데, 한 살 한 살, 그 때 주어지는 공부에만 성실하게 임했었다.
최재천 선생님은 "최재천의 공부" 책에서 대한민국 교육에 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이야기 하지만, 그 방식은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인터뷰 방식으로 재밌고 쉽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 공부는 어떤 것을 암기하고 그것을 정해진 시간안에 토해내는 시험 같은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자세, 태도를 말한다.
최재천 선생님은 "사회의 고통은 과목별로 오지 않는데 아직도 교실에서는 20세기 방식으로 과목별로 가르친다"고 하면서 앞으로의 시대는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사회인데, 이러한 교육 방식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찾기 힘들게 한다고 말씀하신다. 최재천 선생님이 오랜 기간 통섭에 관해 강의해온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린 나이에서부터 밀물처럼 밀려오는 입시 경쟁의 파도를 부모로써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아이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고 습득하도록 어른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그것이 바른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다시금 새기게 된다. 학원을 다니고 거기서 높은 점수를 받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 부모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마련. 이럴 때 일수록 진짜 교육이 뭔지, 그에 합당한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날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과 맞닿아 있다. 문제 앞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갈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독서가 가지고 있는 힘이지 않을까.
공부란 이리 저리 서로 이어져 있다고 최재천 선생님은 말한다. 어차피 조금 엉성한 구조로 가서, 이것 해보고, 저것 해보면 이쪽이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한게 있어서 이쪽과 저쪽이 서로 만난다고.
최재천 선생님이 고등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빨랫비누로 멋진 조각을 했었는데, 미술 선생님께로부터 만점을 받았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 입시 준비하는데, 미술반에도 들어가셔서 조각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중에 하버드에서 민벌레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쓸 때의 일이다. 민벌레를 관찰하기 위해 적절한 습도가 중요한 투명한 페트리디쉬가 필요한데, 워낙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줘야 하니 그때까지 민벌레를 기르는 데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그때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다가 미술반 시절 석고 조각을 하던 기억을 되살려서 적절한 실험 용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덕에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한 민벌레의 행동을 꽤 상세히 밝혀냈는데, 만일 고등학생 때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각 공부를 하지 않았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브 잡스도 스탠포드 대학 졸업연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대학 시절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윈도우와 차별점을 주는 애플의 폰트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생의 모든 경험은 점이지만, 지나서 보면 점과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든 요즘 시대에서, 20대까지 공부한 것으로 한 평생을 살아갈 수 없다. 평생 교육의 시대인데, 그렇다면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재다능함을 가지고 다방면에 관심을 두는 것이 융합의 시대에 맞는 인재상이라고 느껴진다.
우리 모두 삶으로서의 공부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