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은 추석 연휴 때 엄마의 집으로 가지 않고, 엄마를 모시고 당일이라도 짧게 여행을 떠난다.
20년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10년 전 내가 결혼한 이후 부터는 엄마가 혼자 지내시고 있는데, 내 또래 부모님보다 10년 정도 위 이시기 때문에, 명절에 찾아가면 아들네 부부, 손녀딸 뭐라도 해 먹이겠다고 분주히 움직이시는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집에서 먹지 말고, 같이 여행가서 새로운 곳도 둘러보고 맛있는 것도 먹자고 한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이번에는 포천 아트밸리를 다녀왔다.
아트밸리는 1960년대부터 30년간 화강암을 채석하는 곳이었는데 1990년대 좋은 화강암이 줄어들면서 폐채석장으로 남게 되었다.
그곳을 포천시가 친환경 예술문화공원으로 꾸며서 2009년 오픈한 것이 포천 아트밸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연애할 때 한번 와보았던 곳. 군대를 막 전역한 이후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여튼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깡마른 체형으로 우리가 고등학생 시절일 당시 아내가 선물해 준 분홍색 리바이스 티셔츠를 입고 밝게 웃으며 찍었던 사진.
그 당시에는 이렇게 다시 올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서로 부부가 되어서, 여덟 살 된 딸과 엄마를 모시고.
아트밸리 곳곳에는 채석장으로 사용할 당시 흔적을 곳곳에 보존해 놓았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멋진 천주호 절벽은 시간의 결을 무늬로 가진 듯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돌을 채석하는, 그래서 자연을 파괴하는 거친 손길이었겠지만 어느새 그 흔적조차 하나의 무늬와 결로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진 시간의 결은 무엇일까?
주위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무심코 혹은 열심히 쌓아온 내 삶의 무늬와 결은 어떨까?
내가 느끼는 결과 타인이 바라보는 결은 같은 것일까?
좋은 무늬만 남기고 싶지만 그것은 내 힘으로는 되지 않을 일.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모든 게 퇴적되어 ,
이게 내 삶이었지, 나쁘지만은 않았어.
라고 조용히 읊조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