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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Sep 20. 2019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의 이유"-김영하-

요즘들어 계속 여행에 관련한 책들을 읽고 있다. 여행에세이 책들이 끊임없이 출판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이 여행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난 후 가만히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한 것이 무슨 문제인가?'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전복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럼 여행을 떠나야만 사고의 전복이 가능한 것인가?' 

일상에서도 가끔씩 느낄 수 있겠지만, 특별히 낯선 곳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일반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 전혀 상식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과 나의 일상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내 자신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갈망하고 있다. 일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보다 노동의 소외를 경험하는 것이 많고, 내가 신 앞에 단독자로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의 부속으로 서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작가는 자기 결정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행은 자기 결정으로 한다. 자기 결정은 통제력과 관련이 있다. 여행은 이주와 달리 전 과정을 계획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다."(p.348)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p.365). 이것이 사무치게 그립다. 사실 '그립다'는 것도 언젠가는 무엇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는 것인데, 나에게 내 의지를 가지고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젖힌 적이 있는지 가물가물하다.

내 의지를 찾으려면 지금까지 다른 이들이 부과해 온 옷을 벗어버리는 것이 먼저다. 이것은 하나의 직업일 수도 있고, 일정한 돈의 크기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이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p.316)


저자는 사회적으로 개인에게 부여된 정체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부여된 것은 더 큰 의미에서 시대의 요구로 점철된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정착민이 아닌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맞이하는 4차 산업시대와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인해서 오히려 유목민의 삶이 더 부각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디지털 노마드라는 모습이 새롭게 등장하지 않았는가.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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