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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Mar 29. 2022

"싸워야 할 때"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이케이도 준-



개인적으로 늘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 이케이도 준의 소설입니다. 알라딘 신간 소설 문자 알림을 신청해놓았었는데, 갑자기 날아든 알라딘 문자 내용에 이케이도 준 작가의 대표 소설, 한자와 나오키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한자와 나오키 소설 시리즈가 총 4권으로 마무리 되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번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보다 앞선 내용으로 한자와가 오사카 지점에 첫 부임을 하자마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한자와 시리즈는 항상 유쾌하며 이득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서슴지 않는 모습에서 정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줍니다. 불의를 오래 참지 않는 캐릭터가 바로 한자와 나오키이지요. 월급쟁이가 그저 욕심 때문에 눈 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갑질을 참아낸다면, 그러한 사원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면, 그곳의 오너는 자신의 왕국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럴 때는 나약한 개인의 윤리적 결심에 의해서만 정의를 세울 수 있는데, 오너에게 이런 윤리성이 없다면 그 기업은 가장 쉽게 탐욕의 끝에 서게 됩니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니시나 조라는 당대에 인기 있는 화가와 두 회사의 M&A 문제, 그리고 M&A 달성을 통해서 실적을 채우려는 은행원들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이어집니다. 커다란 실타래를 스토리를 통해 천천히 혹은 빠르게 풀어가는 능력은 이케이도 준 작가의 매력이지요. 앞에 몇 장만 읽어도 금새 소설에 빠져드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한자와가 있는 곳에서 일본 금융의 중심지인 마루노우치의 건물들이 보였다. 저 건물 안에는 수많은 월급쟁이와 수많은 생활이 존재하고, 수많은 인생이 존재한다. 옆에서 보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조직 내 갈등에 맞서고 싸우는 것도 월급쟁이에게는 중요한 인생이다.(p.179)


싸워야 할 때를 아는 한자와. 사람을 대하는 그의 기본적 태도는 성선설입니다. 하지만 싸워야할 때가 오면 끝까지 싸우는 것, 이것이 그가 견지하고 있는 삶의 태도입니다. 몸을 사리느라 많은 등장 인물이 권력에 동조하거나 침묵을 하지만 한자와는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부당한 인사이동보다는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한자와를 읽어가는 독자에게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지 않은지 질문을 던집니다. 한자와라는 캐릭터를 통해 과연 나는 어떤 것 만큼은 잃지 않고 살고 싶은지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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