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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 김소영

-누구나 그러나 특별한-

by 라엘북스


요즘 책방 관련한 책이라면 거의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기필코 사고야 마는 습관이 생겼다. 손님으로써 두 발치 떨어져 책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책방 운영자로써 책방이라는 공간에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책방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어보았는데, 공통된 의견은 단순히 책방을 동경하는 것과 운영자로써 존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가장 심오(?)하게 다른 것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리라.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책방을 오픈했다면 조금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며 책장을 넘겨보았으나 역시 열어보니 똑같은 고충을 안고 있었다.
저자는 지나온 정부를 거치면서 방송사에 아나운서로 있다가 어두운 손아귀에서 벗어나 책방 주인으로써 걸어가게 된 발자취를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민식PD의 블로그를 통해 방송사 파업과정을 조금이나마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 저자가 느꼈을 수만가지의 감정이 생생히 살아다녀서 자연스레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발자국은 일본 땅에서 경험한 기록이다. 어떤 이가 남긴 서평을 보니 '김소영 작가' 자체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일본 책방 여행기가 주를 이루어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일본 책방 자체를 궁금해하고 있었던 찰나에 여러 취향의 일본 책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서 아주 유익했다. 각 책방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곁들여져 있기에 저자의 경험을 공유하기에 더욱 편리했다.


누구나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를 것이다. 물론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겠지만 책방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다. 김소영 작가는 권력이 손 뻗친 방송사로부터 나오는 것이 책방으로 출발하는 시작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던 대한민국의 상황을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경험하고 있었기에(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개인의 자유지만) 어떤 면에서 그녀의 경험은 이미 많이 공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거대한 자본의 괴물과 모든 것을 대리하는 사회의 욕망 앞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는 하나의 도전적 발걸음이다.


내 책방을 가진다면 책방의 특징은 무엇으로 할지, 공간이 주는 느낌은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조명과 책방 안을 조용히 흘러다니는 음악, 책장의 질감 등 생각할 것이 많았다. 그러나 책방이니만큼 그 공간의 주인공인 책을 어떻게 고를 것인지 가장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다음 구절을 만났다.


"만약 하루키 소설을 정성껏 읽은 사람이 소설 속의 이야기를 진열대에 펼쳐놓는다면 어떨까. 등장인물을 분석하고, 그들의 행동과 말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심리학 서적을 함께 두는 것이다.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실제 역사적 상황과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면 관련 지식을 보충할 수 있는 책을 놓을 수도 있다. 혹은 책의 배경인 지역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해줄 여행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즐겨 듣는 음반과 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듯 큐레이션은 마치 마인드맵을 그리듯 하나의 동그라미에서 무궁무진한 가지를 뻗어갈 수 있다"(p.233).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감상한 음반과 영화를 판매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서 쾌감을 느낀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렇게 멋진 일을 쉽사리 하지 못하게 하는 내 자신이 문제인지, 무거운 현실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제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제목이 마음 한 켠에 들어왔으니 아마 책방이라는 무게추가 조금 더 내려왔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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