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는 듣기 공부에 도움이 될까?
듣기 공부를 하면 받아쓰기에 관한 학습법을 한 번쯤 접해보게 된다. 그런데 누구는 받아쓰기를 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하지 말라고 한다. 과연 어떤 말이 맞을까? 내 생각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둘 다 맞다’이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받아쓰기의 효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받아쓰기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살펴보고 받아쓰기가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인지 스스로 판단해 보자.
[받아쓰기의 장점]
① 집중력 향상
듣기 공부를 하면 자주 발생하는 장애물이 있다. 바로 졸음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들리니 당연히 졸린 것이다. 하지만 그냥 듣는 것이 아니고 받아쓰기를 하면서 듣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종이에 뭔가를 쓰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졸음도 극복할 수 있다.
받아쓰기를 하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좋아진다② 안 들리는 부분 파악
듣기 공부를 할 때 대본을 분석하는 이유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듣기 위해서다. 그런데 영어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은 제대로 듣지 못하므로 받아쓰기를 잘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받아쓰기를 하게 되면 자신이 어떤 부분을 잘 듣지 못하는지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이 잘 듣지 못하는 부분을 찾았다면 그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듣고 따라 읽으면서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트레이너는 수강생들의 운동 자세를 교정해준다. 작은 차이지만 이 때문에 수강생들은 본인의 잘못된 운동 습관을 빨리 파악하고 고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받아쓰기도 우리가 평소 듣지 못했던 부분이 어딘지, 어떤 것을 더 연습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역할을 해준다.
받아쓰기는 듣기 공부에 있어 트레이너 같은 역할을 한다[받아쓰기의 단점]
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하다
받아쓰기는 소리를 듣고 작성하는 작업이므로 빠르게 진행하기가 어렵다.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라도 생기면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다. 또한, 받아쓰기는 재미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자들의 흥미가 빨리 떨어진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던 사람들도 받아쓰기 하면서 공부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받아쓰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미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② 일정 수준에 오르면 학습효과가 더디다
안 들리는 부분이 많은 초보자들에게 받아쓰기는 분명 중요한 학습법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 듣고 대부분 받아 적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받아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초등학교에서 한글 받아쓰기 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잘 받아 적지 못했던 학생들도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받아쓰기를 잘 할 수 있었다. 이는 책을 읽으면서 철자를 눈에 익히게 되고 나중에 한국어 실력이 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한글로 쓰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영어도 실력이 늘게 되면 모르는 단어가 없을 경우, 듣는 내용의 대부분을 받아 적을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한국어처럼 받아쓰기를 잘한다 해도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받아쓰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처럼 받아쓰기는 장단점이 뚜렷한 학습법이다. 보다 나은 학습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초보자일 경우, 자신이 듣지 못하는 연음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짧은 듣기 자료를 가지고 받아쓰기를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약점을 알아내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한다면 듣기 실력은 빠른 속도로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받아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영어 발음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받아쓰기가 지루할 것이다. 이런 분들은 받아쓰기 대신 쉐도잉, 즉 듣는 대로 따라 말하는 훈련을 해보자. 손으로 받아쓰기를 하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순발력도 생기게 된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한 학습법인 받아쓰기, 자신의 공부 성향과 수준에 맞춰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영어 듣기를 정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