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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르미 Mar 07. 2018

공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힘든 이유

  영어를 잘하는 나라들의 특징 중 하나는 학생들이 공교육만으로도 영어회화를 잘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학생들이 공교육을 통해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광복 이후부터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었다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개선되었어야 정상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문제의 원인을 과거 교생실습을 나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쳐 본 이후 파악할 수 있었다.(참고로 나는 대학교 때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1. 쉽지 않은 수업 난이도 조절
  같은 교실에서 있는 학생들이라도 학생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학생은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서 생활한 덕분에 유창한 영어를 하는 반면 어떤 학생은 알파벳도 읽을 줄 모를 정도로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사는 어떤 수준으로 강의를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적당히 중간 수준으로 강의를 할 수밖에 없다. 성인 외국어 학원을 포함해서 일반 사교육 시장에서는 레벨 테스트를 거쳐 수준별로 수강생들을 가르치는데 아직 공교육에서는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물론 국어, 영어, 수학 등 중요 과목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지만 아직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학생들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편성된 지금과 같은 교실에서는 공교육이 절대로 사교육과 경쟁할 수 없다.           

스포츠도 체급이 같은 사람들끼리 경기하듯이 학교 교육도 비슷한 수준의 학생을 모아놓고 시행되어야 한다

2. 교사 한 명이 가르치기에는 너무 많은 학생 수 
  전국적인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학생 수는 줄어들었지만 아직 교사 한 명당 30여 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다른 수업 때에는 학생 수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어라는 외국어 수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어수업의 핵심은 듣고 말하는 회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인데 학생이 너무 많으면 학생 한 명당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끼리 대화를 시킬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일반적으로 영어회화 시간은 잡담 시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의 실수를 교정해주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공교육에서는 수업 한 시간 교사가 혼자 가르치고 학생들은 조용히 강의만 듣는 수업이 진행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런 주입식 교육으로는 절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을 키워낼 수 없다.

영어수업에서 학생들이 너무 많으면 회화 위주의 수업을 하기 힘들다

3. 시험 위주의 영어수업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학교에서 영어회화 실력은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 시험만 잘 보면 영어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는데 왜 굳이 회화실력을 신경쓰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학생의 영어 실력을 성적으로만 평가하게 되면 문제점이 많이 발생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일단 성적부터 잘 받고 보자는 마음에 영어실력을 키우기에 앞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성인들도 토익 900점을 우습게 넘기는 사람이 영어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학교 교육을 충실히 듣고 시험을 잘 본다면 영어를 잘하게 될까? 아쉽지만 내 대답은 '아니오'다. 현재 학교에서는 평가하기 쉽다는 이유로 독해와 문법 위주로 수업을 하고 시험을 본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회화가 아닌 독해와 문법을 중심으로 영어를 공부하게 되고 이는 벙어리 영어 학습자를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이와 같은 평가 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교사 입장에서는 대안이 없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나쁜 점수를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위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교생실습 당시에는 팝송을 교재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적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업 시간 대부분은 교과서를 들고 독해 위주의 강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게 옳은 방식일까? 

시험에 초점을 맞춘 현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절대로 회화 잘하는 학생을 키워낼 수 없다

  나는 교생실습을 통해 우리나라 공교육의 한계를 살펴볼 수 있었고 다소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교육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그동안 탁상공론처럼 사교육을 잡는다는 이야기만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공교육을 통해 확실히 영어를 잘 가르치면 사교육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공교육만으로도 영어를 잘하게 되는데 왜 비싼 돈 들여가면서 사교육을 찾겠는가? 이미 영어공부법과 관련된 정보는 내가 쓴 책을 포함해 해마다 출간되는 많은 책들을 통해서 혹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수많은 영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더 가까이는 다른 나라 영어교육의 모범사례를 살펴봐도 된다. 교육부는 이를 참고해서 우리나라 공교육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나라들처럼 공교육만으로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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