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두 달 전 지난번 봤던 빅데이터분석기사 필기시험의 결과가 나왔었다.
필기시험을 보고 좌절했지만 다행히 합격이었다. 바로 실기시험을 준비했다. 동영상 강의보다 책을 더 선호하고 스터디 모임보다 혼자가 좋아 독학으로 실기를 준비했다.
그렇게 지난주 토요일 실기시험을 봤다. 실기 장소는 망포역 근처 경기생산성본부 남부지역센터라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곳이었다.
#경기생산성본부 남부지역센터
접근성 ●●●●●
만족도 ●●●○○
혼잡도 ●●●○○
재방문의사 ●●●●● (내년에 또 갈 예정... TT)
실기장에 들어서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실전이다' 라는 생각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장비와 시스템 체크시간에 내 자리 키보드에 문제가 생겨 당황했다. 다행히 문제는 해결됐지만 실기 시험이 시작되고 첫 문제를 보는 순간 어? 하는 뇌정지가 왔다. 빅데이터분석기사 실기시험은 총 3가지 유형으로 나오는데 1 유형은 데이터 전처리 3문제, 2 유형은 머신러닝 1문제, 3 유형은 통계나 회귀 2문제인데 첫 문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첫 문제로 30분이나 쓰고 안 되겠다 싶어 다음으로 넘어갔는데 어..? 두 번째 문제는 어떻게 풀었나 싶게 풀었는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두 시간... 키보드 위 내 손가락들은 고장 난 듯 덜그럭 거렸다.
'망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1 유형을 일단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2 유형 문제는 오히려 괜찮은 듯싶었는데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3 유형을 다 끝내니 남은 시간은 20분.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2문제나 있는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그러나 결국 풀지 못하고 말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문제는 어떻게 풀었어야 하는 걸까?'
집으로 가는 길... 혼자 있고 싶었다.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는 절망과 시험준비가 미흡했던 내 형편없는 실력이 합쳐져 엄청난 심리적 타격감을 안겨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쓰러지며 시험을 잘 봤냐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똥멍청이야... 엄마 혼자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웃었고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물 한 모금 못 먹고 긴장한 채 3시간 반 시험장에 있다 겨우 집에 왔지만 아이 점심을 차리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그 시간 내내 풀지 못한 문제들로 머리는 복잡했고 마음은 공허했다. 대충 복기하며 답을 맞혀봤는데 불합격이 뻔했다. 실패를 마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 나는 실패했다.
그날 저녁 남편은 '더퍼스트슬램덩크'라는 일본 농구 애니메이션을 틀었다. 소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나는 복잡한 머리를 뒤로 하고 점점 빠져들었다. 늘 승승장구하던 산왕공고의 정우성 선수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사원을 찾아가 '저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 라며 기도한다. 늘 승리만 하던 산왕공고는 북산을 상대로 패배하게 된다. 결국 필요한 경험은 패배였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은 실패로부터 나온다.
이틀이 지난 지금도 나는 혼자 있고 싶다. 그럼에도 실기 시험 때 풀지 못한 문제들을 복기해서 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나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걸 더 공부해야 할지 생각하고 내년도 실기시험 일정을 확인했다. 실패를 마주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내년 여름, 다시 그 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저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