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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나대지 마! 혈압아

백의 고혈압을 아시나요?

by 꿈꾸는나비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오늘은 알고 싶습니다.



오늘 2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이 있었다. 건강검진에 여러 가지 항목이 있지만 나를 항상 긴장하게 만드는 항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혈압 측정이다.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는 혈압 측정기 앞에만 앉으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치솟는다. 오늘도 긴장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스리고 혈압측정기 앞에 앉았건만 팔이 조여올수록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안돼, 나대지 마, 혈압아! 숫자 화면이 깜빡깜빡하더니 157/81을 기록했다. 간호사는 혈압이 너무 높으니 다시 측정하자고 했다. 고동치는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며 팔을 측정기에 넣은 채 심호흡을 하며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측정기 앞에 이렇게 쓰여 있다.


백의 고혈압을 아시나요? 병원에서 재는 혈압이 집에서 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때문에 병원에서 측정할 때 140/90 mmHg, 집에서 측정할 때 135/85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백의 고혈압? 병원에 오면 더 긴장되고 스트레스로 혈압이 높아지는 거구나... 간호사는 다시 측정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긴장감이 좀 덜했다. 삐 소리와 함께 수치가 나왔다. 117/70 간호사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좀 전이랑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요? 다시 한번 재볼게요." 그렇게 해서 나는 세 번째 혈압을 쟀다. 121/73. 결국에 정상이라는 얘기를 듣고 검진실을 나왔다. 재밌는 건, 내 앞에 있는 분도 혈압이 높게 나와 재측정을 했는데 내 뒤에 분도 정상을 벗어나 재측정을 했다는 것이다. 모두 혈압측정기 앞에 앉으면 긴장하게 되나 보다.


왜 혈압측정기는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걸까? 건강검진 항목에서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결과를 볼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키나 몸무게, 청력/시력 검사등은 본인이 미리 상태를 알고 있고 나머지 피검사나 소변 검사는 결과지를 받기 전까지 알 수 없고 혈압측정이야 말로 수치가 나오는 순간 합격, 불합격의 결과를 받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이유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병원에 가서 혈압을 측정하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나 보다. 그래서 오늘의 검색어 백의(白衣) 고혈압. 흰 가운을 입은 사람 앞이나 병원에만 가면 나도 모르게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유사어 가면고혈압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진료실에서는 혈압이 낮게 측정되고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높은 혈압이 측정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심리상태가 혈압을 조절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자주 혈압을 측정하여 건강을 챙기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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