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오늘은 알고 싶습니다.
요즘 주중에 거의 매일 동네 시립 도서관을 가고 있다. 오늘은 공부에 필요한 책을 빌려 돌아서는데 내 눈앞에 떡하니 홍보문이 눈에 띈다. 언제부터 여기에 이런 게 있었을까...
한쪽으로 치우쳐 읽지 말고 두루두루 넓게 읽으라는 뜻이렸다. 그런데 편독의 편자가 偏, 遍로 부수만 다르게 보이는데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偏자는 ‘치우치다’나 ‘쏠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인데 人(사람 인) 자와 扁(넓적할 편)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扁자는 널빤지에 글이나 그림을 그려 문 위에 걸어 놓는 것을 그린 것인데 偏자에서 쓰인 戶자는 외닫이 문을 그린 것으로 偏자는 이렇게 한쪽으로만 열리고 닫히는 문을 그린 戶자를 응용해 사람의 마음이나 언행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遍자는 ‘두루’나 ‘모든’, ‘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辶(쉬엄쉬엄 갈 착) 자와 扁(넓적할 편)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扁자는 글이나 그림을 문 위에 걸어 놓던 편액(扁額)을 표현한 것으로 ‘넓적하다’나 ‘두루’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두루’라는 뜻을 가진 扁자에 辶자가 결합한 遍자는 전국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문물이 전달되듯이 어떠한 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두루 퍼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
이 홍보문을 마주하다 보니 나는 이 넓은 도서관에서 특정 분류의 책들만 읽어 왔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읽기 쉬운 책, 재밌는 책에만 관심을 두는 나를 겨냥한 말인 듯싶어 마음이 콕하고 찔린다. 한동안 추리소설과 스릴러에 빠져 있어 맘에 드는 작가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가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둘째가 그린 잠자고 있는 가족들을 그림 안에 내 머리맡에는 '남자'라는 책이 놓여있었다. 데이비드 발다치라는 작가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6시 20분의 남자',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등 시리즈를 몇 달에 걸쳐 OOO남자만 읽었으니 아이의 눈에 '우리 엄마는 맨날 남자 책만 읽는구나'했을 법도 싶다. 그림 속에 딸아이 옆에는 홈즈책이, 아들옆에는 과학상식 책이, 남편 옆에는 중국어책이 놓여 있다. 이 그림이 한 4년 전이었으니 아들한테 다시 그려보라고 하면 지금은 어떤 그림이 나오려나. 아마 누나 옆에는 고등참고서가 내 옆에는 통계학책이, 그리고 아들 옆에는 영어단어장이, 남편 옆에는 운동책이 있지 않을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편(偏)독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도서관을 둘러본다. 다양하게 분류되어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이 보인다. 소설/인문/경제/자기 계발/취미/건강/과학/사회과학/종교/역사 등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영역들이 눈에 보인다. 두루두루 넓게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지만 올해 안에 분류별로 한 권씩 꼭 읽어 봐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편(偏)독에서 벗어나 편(遍)독하며 세상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두루두루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가야겠다.
그래서 오늘의 검색어! 편(遍)독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두루두루 넓게 책을 읽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