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8장 : 희망의 땅 2090.07.31

by 꿈꾸는나비

배가 출발할 준비를 했다. 함께 배를 타고 갈 9명의 사람들이 짐을 가지고 모였다. 배까지 타고 갈 보트로 선원들이 안내했다. 남은 20여 명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좀 떨어진 곳에서 선장은 이곳의 책임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 여기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언제 그들이 공격해 올지 몰라요. 이곳에 오기 전 들렀던 곳이 있었는데 이미 한차례 휩쓸고 갔더군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요. 시간이 갈수록 더 포악해지고 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지만 다시 오겠습니다.”

선장의 말에 책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저희도 연락이 끊긴 기지 몇 군데 소식을 들었습니다. 약탈자들이 대부분 군인들로 이루어졌고 무기도 제법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러다 그들만 살아남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책임자는 먼바다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세운 달 기지에서 전쟁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도 이기적인 인간들은 존재하니까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은 절박한 순간 더 빛나나 봅니다.”

“선원들이 가져온 무기들을 남겨두고 갈 겁니다. 지금 있는 무기로는 부족할 테니까요. 그들이 오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책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님도 군인이었죠?”

책임자는 해무 속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배로 시선을 돌렸다.

“네, 선원들도 사실 저랑 같이 군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끝까지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 혼란에서 저 배를 지킬 수 없었겠죠.”

“ 종자를 가지고 고지대 벙커로 가는 거죠? 여기보다 더 높은 고지대에 벙커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선장은 책임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됩니다. 보안을 위해 얘기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달 기지 상황도 보안에 붙여 두도록 하죠.”

책임자는 한쪽이 불룩한 조끼 주머니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지켜야 할 비밀이 또 늘었네요. 이걸 준 노인을 데려가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여기에서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다면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여기 남아 있던 사람들의 임무가 무엇이었죠?”

책임자는 고개를 돌려 선장의 바라보며 대답한다.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당신에게 전하는 게 우리의 임무입니다. “

“네, 맞습니다. 우리는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죠. 제 임무는 이 종자들을 가지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송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임무가 끝나면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는 게 제 임무가 될 겁니다. 제가 다시 이곳에 올 때까지 이곳 사람들과 꼭 생존해 계십시오. 이제 그게 당신들의 임무입니다. 아까 주신 이곳 기지 명단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선장은 손을 내밀었다. 책임자는 선장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내밀어 선장의 손을 꽉 잡았다. 책임자의 떨리는 심장이 손을 타고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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