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선

by 꿈꾸는나비

상식 :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을 의미.


이틀 전 아들과 함께 TV 토론회를 보다 채널을 돌려버렸다. 정책은 없고 상대에 대한 비난만 난무한 토론회가 의미 없어 보였다. 나중에 토론회 논란 뉴스가 나와 논란의 발언을 듣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전 연령이 시청하는 생방송 토론회라고 믿을 수 없는 저급하고 끔찍한 발언에 나는 너무 처참했다. 그 말을 처음에 누가 했든, 어떤 의도로 했든, 인용을 했든 상관없었다. 시청자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이준석'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이후 마음의 괴롭다. 첫째는 그런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언어가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 사회에 혐오와 조롱을 재미로 여기는 극단적 집단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에 충격적이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일베'라는 커뮤니티는 특정 집단이나 사람을 향한 지나친 욕설과 조롱, 혐오, 비난을 일삼았다. 그들의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설득력 있지도 않았다.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대상을 특정하면 그들만의 언어로 온라인 폭력을 일삼았다. 그저 그들에게는 그것이 놀이였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단식하는 사람들 옆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며, 희생자 가족들을 조롱하던 그 충격적 모습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그들의 영역이 확장된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아픔을 조롱하고 희화하하며 그것을 일종의 재미로 즐기는 그들의 당당한 모습에 나는 그들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십여 년 전 오프라인으로 확대된 그들은 이름과 형태를 바꿔가며 진화했다. 이번 이준석의 발언이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특정인이나 계층에게 향하던 조롱과 혐오가 이제는 피해자를 스스로 만들어 내어 그 피해자를 우롱하는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불쾌하고 싫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가해자는 피해자를 나무라고 탓하고 있다. 왜 자신의 의도를 모르냐며, 왜 메신저를 공격하냐며, 내가 순화했는데도 뭐가 문제냐며 피해자를 끊임없이 질타한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사과할 수 없는 그 모습에 과연 우리 사회의 상식의 선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두렵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기본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해야 할 말과 할 수 없는 말이 존재한다는 이 당연한 것을 , 우리는 어떻게 그들에게 알려줘야 할까. 법 밖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 협상의 선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상식의 선 밖에서 그들이 진화한 만큼 우리도 우리만의 진화를 한다. 우리는 여러 방법으로 우리의 선을 견고히 그려가고 있다. 때로는 그들을 법의 테두리로 몰아넣기도 하고, 때로는 선을 사이에 두고 경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이 우리가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6월 3일. 우리의 선이 더욱 선명하고 확실해지길 바란다. 그 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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