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했다. 두부 한모를 으깨 물기를 빼고, 숙주를 데쳐 꼭 짜고, 김치를 송송 다져 또 꼭 짜고, 당면도 삶아 썰고, 다진 고기와 함께 버무렸다. 사뒀던 만두피를 꺼내 만두를 빚었다. 이쁘게 빚을 필요도 없었다. 그냥 피에 소를 넣어 오므리기만 했다. 만두를 빚으며 찜기에 물을 올렸다. 얼른 만두 한판을 쪄냈다. 간장에 식초를 섞고 고춧가루를 넣어 종지에 담았다. 만두를 빚다 말고 다 쪄진 만두를 호호 불어 혼자 먹었다. 초간장에 꾹 찍어 만두 한판을 다 먹었다. 참 맛있고 담백했다.
만두를 다 먹고 부른 배를 뒤로하고 다시 앉아 만두를 다 빚을 때쯤, 남편과 아들이 일어났다.
"번거롭게 만두를 왜 만들어, 그냥 사 먹지."
"엄마, 손도 안 좋은데 이걸 왜 했어요. 제가 도와드려요?"
"아냐, 안 도와줘도 돼. 다 했어."
그렇게 만두 60개를 빚었다. 손만두를 한판 한판 쪄내며 점심으로 먹었다. 딸아이는 손 많이 가는데 이걸 왜 했냐며, 손 또 아프면 어쩌냐며 나를 타박했다. 그러면서 만두를 연신 집어 먹었다.
"내가 먹고 싶었어. 나 손만두 먹고 싶었어."
사실 내가 먹고 싶어서 빚은 만두였다. 사 먹는 냉동만두 말고 집에서 빚은 투박한 만두가 먹고 싶었다. 나도 나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해서 나에게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도 가족들은 내가 가족들을 위해 빚은 만두인 줄 안다.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가족들을 위해 헌신했던가? 왜 다들 착각하는 거지? 오늘 이 손만두는 내가 나를 먹이려고 한 건데... 그렇게 가족들은 나를 가족에게 손만두를 해 먹이는 좋은 사람으로 포장했다. 찌는 속도가 먹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나는 식탁과 찜기를 종종걸음으로 오가며 만두를 날랐다. 허기진 식구들과 달리 나는 이미 한판을 혼자 다 먹어 배가 불렀다. 그렇게 다 먹고 몇 개 남은 만두를 냉장고에 잘 넣어 뒀다. 내일 점심으로 군만두를 해 먹으면 맛있겠다 싶었다.
지오디 노래 중에 '어머님께'라는 곡이 있다. 그 시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어머니의 마음을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가사 하나로 담아냈다. 내가 그 가사 속 어머니만큼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 있지는 않지만 나도 엄마인지라 그리고 가계부를 적는지라 나보다는 가족들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에 더 기울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가끔은 당당하게 나를 챙기며 살아야겠다.
'어머니는 손만두가 좋다고 하셨어.'
결국 오후에 관절약을 챙겨 먹으며 아린 손 마디마디를 훑어본다. 다음엔 손 많이 안 가는 거 해 먹자. 아... 그냥 먹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