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송년회

by 꿈꾸는나비

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우리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봐야 하지 않겠어?' 친구의 카톡에 '당연하지. 날짜정해!'

'나 목요일에 시간 되니까 그때 보자. 갈만한 곳 몇 군데 보낼게 한번 봐봐'

'좋아.'

그렇게 친구와 둘이서 송년회를 하게 됐고 평일 점심, 한적한 곳에 자리한 채식뷔페에서 만났다. 친구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식당이었는데 이미 주차장이 꽉 찼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설마? 의아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손님들은 60~80대 어르신들이었다.


메뉴는 채식 뷔페답게 야채와 채소들이 대부분이었다. 각종 나물과 두부와 죽순, 단호박과 팥, 뿌리채소들이 주된 재료였다. 특별히 고기 맛이 나는 콩고기 요리도 몇 개 있었는데 음식들이 대체로 심심하고 담백해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뷔페가격은 14000원이었는데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현미밥과 여러 개의 국, 죽들이 있어서 한 끼 든든히 먹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친구와 나는 음식을 음미하며 뷔페를 맘껏 즐겼다.

"근데 나 여기 와본 거 같은데?, 꽤 오래전에 와본 거 같아."

"그래? 그랬을 수도 있겠다. 여기 꽤 오래된 곳이라고 하더라고."


점심을 먹으며 친구와 그간의 이야기들을 풀었다. 서로의 근황과 고민거리들도 얘기하며 우리의 한해를 되돌아봤다.

"그래도 우리 올해 오늘로 3번이나 만났다."

"그러게, 이 정도 횟수가 딱 적당한 거 같기도 한데?"

"그렇지? 시간 맞추기도 어려우니까. 다음은 내년 3월쯤으로 해야 할까?"

우리는 헤어지기 전부터 다음 약속까지 계획했다. 얘기하랴 밥 먹으랴 우리의 점심은 그렇게 흘렀다.


우리는 2차로 근처 카페에 갔다. 어반리빙카페라는 곳이었는데 카페 안에 소품들도 함께 판매하는 특이한 곳이었다. 따뜻한 뱅쇼와 커피, 케이크를 먹으며 우리는 이곳에서 못다 한 수다를 나눴다. 만난 지 25년 된 친구라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을 겪었는데도 우리는 할 얘기가 많았다. 오후 5시, 많은 눈이 예상된다는 안전문자를 받고서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눈오기 전에 빨리 가자."

"내년 3월이야! 알겠지?"

"응~ 알았어."

"이거 좋은 거야. 생각나서 내 거 사면서 샀어."

"뭘 이런 걸 줘, 어머 잘 먹을게."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친구는 와락 나를 안아줬다. 친구가 건넨 까나리액젓과 멸치액젓을 받아 들고 우린 각자의 차에 올랐다. 그렇게 고기도 없이, 술도 없이 우리의 조촐한 송년회는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퇴근시간이라 차가 꽉 막혔다. 하나둘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한다. 첫눈이 내린다. 겨울이 이렇게 시작되고 올 한 해도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2025년이 진짜 바쁘게 흘러갔다. 앞으로 남은 올해의 시간을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마침표를 잘 찍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올해의 마침표를 찍을 준비를 한다.


#뜰안채 채식뷔페 #어반리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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