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제35회 ADP 데이터분석전문가 실기시험 후기

by 꿈꾸는나비

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지난 6월 빅데이터분석기사 시험에 합격하고 ADP(데이터분석전문가) 시험을 준비했다. 나름 부족한 부분의 공부 전략도 세우고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서 방대한 양의 내용을 공부해야 할지 한 달 전까지, 일주일 전까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할지도 계획했었다.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든 생각은 '아... 준비가 아직 안된 것 같다.'였다. 그렇게 절망과 후회를 견디며 시험공부에 매진했다.


시험 당일. 6시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정리한 노트로 공부한 내용을 상기시키며 준비물을 여러 번 확인하여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향했다. 그곳 6층에 위치한 컴퓨터학원이 시험 고사장이었다. 실기시험은 크게 머신러닝과 통계 문제로 구성되는데 요구사항에 맞게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분석하고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작성한 코드와 코드 실행 결과, 설명을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시험 시간은 4시간. 시험장에 도착하고 배정된 고사실로 들어갔다. 작은 강의실에 총 12명의 자리가 배석되고 2명의 감독관이 들어왔다. 4자리는 끝내 사람이 오지 않았지만... 9시 30분, 컴퓨터 전원을 켜고 시스템과 장비 점검, 시험사이트 접속확인등이 이루어졌다. 평소 했던 것만큼 하자고 마음을 다스리며 시험 시작 10시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10시. 드디어 시험 사이트에 시험 문제가 공개됐다. 시험문제를 훑어보는데 떠오른 누군가의 한마디.

'누구나 계획은 있다. 한 대 맞기 전까지는'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마이클 타이슨)


그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스트레이트를 얻어맞았다. 그리고 재정비할 시간도 없이... 가드도 올리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훅을 얻어맞았다. 예상과 같았던 문제들 사이에 심어져 있던 생소한 문제들... 그 생소한 걸 풀어야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다. 10시부터 2시까지 그 작은 시험장안엔 8명의 타자소리만이 들렸다. 그 시간 동안 내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 시험 합격률이 5% 프로가 안 되는 이유를, 재수 삼수가 많은 이유를, 그럼에도 또 도전하는 이유를, 나는 그 4시간을 통해 몸소 겪었다. 심지어 오픈북인데도 내가 가져간 책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내용이었다. 각 지점의 경도와 위도의 좌표로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이용해서 기상관측소와의 관계를 지표로 나타내라고 했던가... 심지어 여기까지가 문제를 위한 전처리였다. 한해 매출 기록을 시계열로 변환하여 분석하고 매출기록이 주말/이벤트여부/프로모션 여부와의 관계를 설명하라고 했던가... 항공기 이착륙 지연데이터로 머신러닝 후 평가하고 지연에 미치는 요소들을 설명하라고요.... 이 모든 걸 4시간 안에요? 죄송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다. 내 모든 생각은 오늘의 문제 복기로 가득 찼다. 총 4문제 중 3개는 풀고 나머지 한 문제는 채 풀지도 못했다. 어떻게 했어야 하지? 아직도 문제에 주어진 수학식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다음 시험 날짜를 유추해 본다. 내년 4월쯤 되겠네... 나에게 아직 필요한 건 실패의 경험인 것 같다. 앞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그렇게 나의 계획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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