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토익시험을 보다!

by 꿈꾸는나비

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일요일 아침 6시 반,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대충 세수를 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토익 리스닝을 듣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리스닝으로 잠을 깨우로 리딩 문제로 눈을 깨웠다. 바로 오늘 아침에 토익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초 정도에 토익시험을 봤었으니 20년 만에 보는 시험이다. 남들은 연초 계획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지만 나는 거꾸로 연말 계획으로 올해의 마지막 토익시험을 준비했다. 딱히 토익 점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토익점수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나만의 소소한 계획을 세웠었다. 계획은 소소했지만 그 과정은 참 어려웠다. 영어공부를 다시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부분 중 하나인 영국식/호주식 발음의 리스닝은 정말 예상 못한 어려움이었다. (안 들려... 안 들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8시 50분 집을 나섰다. 다행히 집 근처 중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되어 여유 있게 고사장에 갈 수 있었다. 20년 만에 보는 토익 시험. 나도 모르게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OMR카드를 받아 들고 연필로 마킹을 하며 시험 시작을 기다렸다. 드디어 LC 시험 시작. 초반 문제가 쉬워할 만하다 생각했을 무렵 알아듣기 힘든 영국식/호주식 발음의 공격이 시작됐다. '응? 뭐라고 한 거지? 안돼, 집중해, 뭐야, 뭐라고 한 거야.' 듣지 못한 문제들로 내적 갈등과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며 겨우 LC가 끝났다.


이제 시간 내에 다 풀 수 있느냐가 관건인 RC 시험. 초반 문제들을 빨리 풀고 마킹을 해야 하는데 점점 눈은 침침해지고 집중력은 떨어져 갔다. '안돼, 집중해!, 읽은걸 또 읽지 마. 아냐 아냐, 그게 아냐.' 떨어지는 집중력을 부여잡으며 어찌어찌 풀고 15문제를 남기고 종료 15분 전 알람이 울렸다. '좋아, 이제 1분에 한 문제씩이야!'.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지막 200번 문제를 풀고 있는데 그 순간 시험 종료와 함께 애매한 보기 중 하나를 찍었다. '휴... 어쨌든 끝났다.' 마지막에 찍은 한 문제가 맞았기를 소망하며 무사히 답안지를 제출했다.


2시간 동안 200문제와 사투를 벌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래도 시간 내에 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대체 몇 개나 틀렸을까 하는 불안감,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 계획은 완수했다는 뿌듯함으로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냈다. 이제 2026년 계획을 세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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