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해 먹지?

by 꿈꾸는나비

방학이 되면 언제나 나의 삶은 바빠진다. 집안일과 하루 세끼의 무한 반복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겨울방학 기간은 여름 방학의 두 배라 그 시간이 참 힘들다. 고작 한 끼가 늘어났는데도 체감은 그렇지 못하다. 그에 더 해 가장 큰 고민은 '오늘 뭐 해 먹지?'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자 일요일 저녁이면 나는 노트북을 켜고 한주의 식단표를 작성한다. 미리 적어둔 엑셀의 메뉴들을 보며 포스트잇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세끼의 식단을 짜고 냉장고에 붙여 놓는다. 그런데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메뉴 돌려 먹기에도 한계가 있고 자주 먹는 음식은 먹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 질리기 쉽다. 또 매끼 매끼 해 먹는 게 힘드니 중간중간 간단히 먹을 메뉴들도 넣어야 하고 장바구니 물가도 고려해서 한주의 식단을 짜야한다. 방학 동안 매 끼니 걱정은 나만 하는 건가? 그런데 다들 긴긴 겨울방학 뭐해먹고 지내는 거지?


오늘도 식단표에 따라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샌드위치와 차 한잔으로 때우고 점심은 밀키트 야끼소바, 저녁은 황탯국을 끓이고 소고기를 구워 저녁을 차린다. 간단한 밑반찬은 만들면 금방 사라지니 이렇게 한 그릇 요리처럼 그때그때 만들어 먹는 게 훨씬 나은 편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아이의 반응을 살핀다. 맛없으면 한 그릇, 맛있으면 두세 그릇으로 평가되는 나의 식단이 신경 쓰인다. 저녁을 먹으며 또 드는 생각. 남들은 저녁으로 뭐 먹고 있을까? 투명인간이 돼서 집집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뭔지 한번 둘러보고 싶다. 분명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 같은 의심이 고개를 든다. 나의 궁금증은 커진다. 혹시 나만 모르게, 나에겐 비밀로 하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럴 리가.


내일은 또 내일의 식단표가 기다린다. 아침은 누룽지에 계란말이와 볶은 김치, 점심은 하이라이스, 저녁은 제육볶음... 나 혼자 먹으면 그냥 밥에 김, 계란프라이면 충분한데 성장기 아이를 생각해 단백질과 영양소를 챙기다 보니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유튜브로 남들은 뭐 해 먹고 사는지 둘러본다. 아... 다 똑같구나. 이제 겨우 방학이 2주 흘렀는데... 아직 5주나 남았는데... 유난히 추운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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