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양홍석' 그녀의 마음을 훔친 남자
우리 딸이 좋아한데요~
그녀는 한 번도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적이 없다. 멋지고 잘생긴 아이돌을 봐도 "난 별로."라고 말했고 내가 좋아하는 정우성과 다니엘헤니를 보며 '정말 잘생기고 멋지지 않니?' 물어도 "잘생긴 건가?" 하고 시큰둥했다. 심지어 또래 남자아이들은 다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고 싫다고까지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한순간에 흔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양홍석'.
지난 1월 가족들과 처음으로 농구장에 놀러 간 딸아이는 프로구단 수원 KT 소속 '양홍석' 선수를 알게 되었다. 195cm의 훤칠한 키에 멀리서도 느껴지는 에너지, 훈훈한 외모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나 보다. 그 후로 그는 '그녀의 양홍석'이 되었다. 경기 직관은 딱 두 번밖에 하지 못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그녀는 KT 소닉붐 경기가 있을 때마다 KBL 생중계를 보며 '양홍석'선수를 열렬히 응원했다.
슛이 성공하면 "와~ 잘했다, 양홍석!"
슛이 실패하면 "아, 괜찮아 괜찮아~~ 파이팅!"
파울을 당하면 "아, 왜 막는 거야, 매너가 없네~!"
파울을 하면 "아주 영리하게 흐름을 끊었네~"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 어떡해, 다친 거 아냐?"
화면을 가득 채우기라도 하면 "와~~ 양홍석이다, 너무 멋있어!"
그녀의 포탈 검색어는 언제나 #양홍석이었다. 프로필을 살펴보고 최근 이미지를 검색하고 스포츠뉴스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말하며 양홍석 선수 사진도 보여줬다고 한다. '별로'라는 친구의 말에 사진이 다 경기 중에 찍힌 거라 이상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딸아이의 이런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KT 소닉붐은 6강에 오르지 못해 아쉽게 시즌을 일찍 끝내며 더 이상 양홍석 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그녀는 주말마다 농구공을 들고 공원으로 간다. 드리블을 연습하고 슛을 쏘고 레이업을 시도한다. 그녀의 마음은 양홍석 →농구로 확장 진행 중이다. 올 가을이 되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텐데 그때도 그녀의 마음엔 '양홍석' 선수로 가득 찰까? 참고로 '허훈' 선수가 제대하고 KT로 복귀하게 된다. 나는 그냥 지켜봐야겠다.
아이와 함께 사춘기를 겪으며 아이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