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한 번도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적이 없다. 멋지고 잘생긴 아이돌을 봐도 "난 별로."라고 말했고 내가 좋아하는 정우성과 다니엘헤니를 보며 '정말 잘생기고 멋지지 않니?' 물어도 "잘생긴 건가?" 하고 시큰둥했다. 심지어 또래 남자아이들은 다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고 싫다고까지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한순간에 흔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양홍석'.
지난 1월 가족들과 처음으로 농구장에 놀러 간 딸아이는 프로구단 수원 KT 소속 '양홍석' 선수를 알게 되었다. 195cm의 훤칠한 키에 멀리서도 느껴지는 에너지, 훈훈한 외모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나 보다. 그 후로 그는 '그녀의 양홍석'이 되었다. 경기 직관은 딱 두 번밖에 하지 못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그녀는 KT 소닉붐 경기가 있을 때마다 KBL 생중계를 보며 '양홍석'선수를 열렬히 응원했다.
슛이 성공하면 "와~ 잘했다, 양홍석!"
슛이 실패하면 "아, 괜찮아 괜찮아~~ 파이팅!"
파울을 당하면 "아, 왜 막는 거야, 매너가 없네~!"
파울을 하면 "아주 영리하게 흐름을 끊었네~"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 어떡해, 다친 거 아냐?"
화면을 가득 채우기라도 하면 "와~~ 양홍석이다, 너무 멋있어!"
그녀의 포탈 검색어는 언제나 #양홍석이었다. 프로필을 살펴보고 최근 이미지를 검색하고 스포츠뉴스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말하며 양홍석 선수 사진도 보여줬다고 한다. '별로'라는 친구의 말에 사진이 다 경기 중에 찍힌 거라 이상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딸아이의 이런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KT 소닉붐은 6강에 오르지 못해 아쉽게 시즌을 일찍 끝내며 더 이상 양홍석 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그녀는 주말마다 농구공을 들고 공원으로 간다. 드리블을 연습하고 슛을 쏘고 레이업을 시도한다. 그녀의 마음은 양홍석 →농구로 확장 진행 중이다. 올 가을이 되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텐데 그때도 그녀의 마음엔 '양홍석' 선수로 가득 찰까? 참고로 '허훈' 선수가 제대하고 KT로 복귀하게 된다. 나는 그냥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