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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비 May 30. 2022

1. 킬링(Keeling) 곡선

기후변화, 멈출 수 없다면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해법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1. 킬링 (Keeling) 곡선 

  내가 처음 킬링 곡선을 본 건 2016년이었다. 사내에서 이루어진 교육에서 이산화탄소 분출 절감에 대해 얘기하면서 강사님이 보여준 데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킬링 곡선이었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 박사가 1958년부터 매일 하와이 Mauna Loa 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여 기록했는데 일정한 패턴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의미 있는 곡선이 되었다. (킬링은 Killing이 아닌 Dr. Charles David Keeling 이름을 따서 Keeling 곡선이다.) 2005년 킬링 박사의 사망 이후에도 그의 아들 랄프 킬링 박사가 지금도 측정하고 기록되며 그려지고 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곡선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중요한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온실 가스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가 킬링 곡선을 기억하는 이유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0.045%) 을 넘어가면 지구는 더 이상 회복 불능한 상태가 되고, 그 시점이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450ppm은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하는 시점인데 그 2도가 지구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점이 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든다고 지구가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IPCC 5차 보고서 내용) 그 당시, 그러니까 2016년 이산화탄소의 최고 농도는 407ppm 정도였고 추세선으로 예측하면 450ppm이 예상되는 시점이 2042년쯤이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그럼 나는 60대에 지구 멸망을 보는 건가?’라고 생각하다 불현듯 섬뜩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2022년 지금의 나는 다시 그 곡선을 떠올리며 과연 20년 후에 인류는 생존을 논하게 될까?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은 2042년 그대로 일까? 2016년 407ppm에서 지금은 몇 ppm으로 증가되었는지 궁금했다. 


                                                                     킬링 곡선

 (그래프를 보면 톱니 모양을 하며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봄과 여름에는 식물의 광합성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다가 가을 겨울이 되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신 업데이트된 킬링 곡선을 보면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 농도의 가속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 기록은 421.42ppm (2022.05.28). 인류 생존 마지노선까지 30ppm이 채 남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한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2ppm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이 속도라면 15년 후에 450ppm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곳에서 봉쇄가 이어지고 잠시나마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는 점이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강한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보통 분출된 이산화탄소는 해양과 식물에 의해 흡수된다. 그런데 1800년대 이후 산업혁명과 폭발적인 인구증가,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기 중에 쌓여가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했다.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고 그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폭설, 혹한, 산불 등 기상 이변이 빈번히 발생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기상이변은 식물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게 한다. 식물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성장하고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너무 뜨겁고 건조한 환경은 식물 성장을 저해한다. 그리고 건조가 지속된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엄청나게 많은 온실가스의 분출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줄 귀한 식물들을 잃게 된다.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하고 온난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해수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바닷속 메탄 수십억 톤이 녹아 대기로 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나 높은 기체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는 지켜보는 것 밖에 없었다. 실제 우리는 2018년 여름, 30일이나 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고생했고 2020년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최장 54일이라는 장마를 겪었다. 2019년과 2022년, 강원도에서는 두 번의 큰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상이변에 맞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국제적, 국가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에 비해 더딘 제자리걸음이다. 자본주의의 달콤한 돈의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2022.05.26~05.29)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세계 각국의 경제 전문가와 정치가, 기업인들이 모여 세계 경제를 논하고 연구하는 국제회의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4일 동안 8개 테마로 216개의 포럼이 열렸는데 ‘Climate and Nature’ 테마에서는 32개의 포럼이 진행되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앞으로 펼쳐질 기후변화 상황들과 이를 대처할 계획들에 대해 의견을 서로 논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러시아 침략으로 야기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재 진행형의 COVID19, 뜨거운 감자인 가상화폐에 밀려 다른 테마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들이 기존 다보스 포럼에서 볼 수 없었던 비중을 차지한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기후 변화가 이제는 자본주의 시장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해서 안타깝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킬링 곡선을 확인하고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의 이익을 위해 내 아이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물려주게 되는 건 아닌지.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내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처럼 정부와 기업을 향해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느냐’고 외칠 수 있을지.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지구를 지켜내고 싶다. 거창하지 못하고 미미하고 나약할 지라도 나는 하고 싶다. 나는 킬링 곡선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이 곡선의 기울기를 절대 바꿀 수 없다. 그래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글을 통해 얘기하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무엇이든 우리는 지금 해야 한다고. 내가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지구의 시간을 단 1초라도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한다. 나는 그렇게 지구를 마주하고 싶다.



*참고*

IPCC 5차 보고서 : https://www.ipcc.ch/assessment-report/ar5/

킬링 곡선 : https://keelingcurve.ucsd.edu/

다보스포럼 :  https://www.weforum.org/events/world-economic-forum-annual-meeting-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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