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때랑은 달라요.
사춘기를 함께한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중학교 3학년 큰 아이의 입시? 가 시작되었다. 어느 고등학교를 갈 것인가가 한참 고민되는 시기였다.
아이는 집 근처 타 도시의 비평준화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고 지지해 주는 것뿐. 중학교 내신 성적 100프로 반영으로 가는 학교라 기말고사가 아주 중요했다. 딸아이는 그 마지막을 위해 혼신을 다해 임했다. 잠을 줄이고 줄이며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공부에 매달렸다. 내가 잠들 때 아이는 깨어 있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아이는 깨어 있었다. 잠 좀 자라고 얘기했지만 이 또한 엄마의 잔소리라 생각하는 것 같아 결국엔 그냥 내버려 뒀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아이는 그간의 노력을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보상받았다.
이번엔 내 차례였다. 아이는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 입시 설명회에 다녀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말하고 입학 설명회가 열리는 학교를 방문했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의 학교이니 그래도 미리 도착하자 생각해서 1시간 전에 출발했지만 학교 앞에 도착해서야 '아,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운동장에 주차하기 위해 차들이 근처 도로까지 줄줄이 밀려 있었고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수십 명 나와 안내하고 있었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지만 겨우 정시에 설명회를 들을 수 있었다. 500석 강당은 이미 다 찼고 각 층의 교실로 이동해 TV 모니터로 설명회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설명회가 처음인 나로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천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고 1시간 반이 넘는 시간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입학생들이 고교 학점제 처음 시행 대상자이자 새로운 내신등급을 받게 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이제 입시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이들의 교육과 성적, SKY 입학률이 적나라하게 소개되었다. 내가 입학하는 것도 아닌데 걱정과 고민이 몰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학교에서 받은 팸플릿 자료를 아이에게 전해주며 설명회에서 보고 들은 얘기를 아이에게 들려줬다. 아이는 꼭 가고 싶다고 했다. 학교 기숙사도 꼭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앞으로 남은 3년을 잘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걱정이 앞섰고 아이는 기대가 앞섰다. 나는 겪어 봤기에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알고 있었고 아이는 겪어 보지 않았기에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기대하고 설레어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그 시간들을 마음껏 즐기길 바라며 잔소리나 잔말 없이 한마디만 했다.
"응원할게!"
딸아이에게 하는 말이지만 이건 나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 사춘기보다 더 힘든 입시를 함께 겪어야 하기에.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