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와 연결이 된다.
사춘기를 함께한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이번주 월요일 드디어 딸아이에게 핸드폰이 생겼다. 이제는 핸드폰이 있어야겠다는 딸아이의 말에 주저 없이 핸드폰을 사줬다. 첫 핸드폰이라 좋은 걸 사주고 싶은 맘이었지만 한사코 저사양 저렴한 폰으로 하겠다고 했다. 핸드폰을 개통하고 아이의 책상에 핸드폰을 올려놨고 아이는 하교 후 생애 첫 핸드폰을 마주했다.
그간 할머니의 공기계로 필요할 때 쓰거나 학급이나 학원 단톡방은 내 폰을 쓰고 있었고 핸드폰을 사라는 말에 필요 없다는 말만 했었다. 그런 그 아이가 그날 하루종일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친한 친구에게 연락도 하고 할머니한테 전화도 하고 배경화면도 꾸미고... 자기 전엔 자기 방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자라고 하며 끊었다. 너도 갖고 싶었구나.
그날 저녁 나는 우리 가족 첫 단톡방을 만들었다. 기분이 묘했다. 월요일 이후 아이는 학교에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하교하고 도서관 가면 간다고, 집에 오면 가는 중이라고 연락을 준다. 이제 오나 저제 오나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오늘처럼 갑자기 하교 시간이 당겨지면 일찍 끝난다고 전화도 준다.
아이가 핸드폰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본인이 조절하며 쓰지 못할 거라는 것과 아직은 필요 없다는 이유, 공부에 방해될 거라는 이유였는데 마음 한편엔 자기도 핸드폰이 있었음 하는 마음도 컸으리라. 아직까지 본인이 잘 조절하며 쓰고 있어 간섭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핸드폰의 득과 실을 알기에 잘 지켜보려고 한다. 나와 아이와의 사이에 신뢰는 있지만 나와 핸드폰은 그런 관계가 아니기에...
나름 우리 집에서 최신폰인 누나의 폰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동생.
"우와, 좋겠다."
"너도 필요한 때가 되면 엄마한테 말해."
"무슨 소리야, 내가 중3에 샀으니 너도 중3 되면 사!"
방으로 들어가는 동생의 어깨가 축 처져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
언젠가 우리 네식구가 모여 있는 단톡방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