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두 달 전 친구와 놀다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통증이 심한 거 같아 정형외과를 다녀왔는데 뼈나 인대는 괜찮은 거 같다고 했다. 며칠 후, 다시 병원을 가려고 할 때 아이는 "괜찮아요."라고 했고 나는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다 한 달 후 절뚝이는 아이를 데리고 억지로 다시 병원에 갔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3주 전 코가 막히고 목이 부은 것 같은 아이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는데 아이는 "괜찮아요, 이 정도로 무슨 병원에 가요."라고 했다. 그러다 이튿날 새벽 아이는 귀가 너무 아프다며 나를 깨웠다. 병원에 가자 의사는 중이염과 고막염이라고 했다. 귓속은 시뻘겋게 부어 있었다. 항생제를 열흘 먹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아이가 학교 과제를 하는데 잘 안되는 것 같아 도와줄까 했더니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했다. 잠시 후 내 귀에 들릴 정도의 짜증과 화가 커지더니 벌건 얼굴로 도와 달라며 왔다.
주말에 아이가 친구와 놀다 들어왔는데 얼굴에 상처가 나있었다. 얼음판에서 놀다 넘어졌다고 했다. 괜찮냐고 했고 아이는 "괜찮아요."라고 했다. 그날 저녁 잠들기 전 아이는 "엄마, 나 여기 좀 부었어요? 뼈 부러진 거 아니겠지? 너무 아픈데. 후시딘 좀 발라주세요." 결국 나는 폭발해서 아이의 상처에 후시딘을 거칠게 바르며 한소리를 했다.
"이제 괜찮다고 하지 마, 괜찮은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거야! 내가 안 괜찮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늘 재잘재잘하던 아들의 말이 조금씩 줄고 있다. 그리고 '괜찮아요.' ,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이 늘었다. 아이의 말을 존중해 주고 있지만 때로는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 알아서 하지 못하는데 알아서 하는 척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정으로 대하면 서로의 감정만 상하고 멀어질까 최대한 이성적인 말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매번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감정을 누르고 아이의 감정을 마주하는 일이 참 힘들다. 그냥 기다려줘야 하나 판단도 쉽지 않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묻는다.
"간식 좀 줄까?"
"괜찮아요."
식탁에 간식 이것저것을 올려둔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는 방에서 나와 허겁지겁 먹는다. 대체 너의 '괜찮아요.'는 무슨 뜻이니? 나의 창과 같은 잔소리를 막아주는 '괜찮아요'라는 방패일까? 나의 창을 거둘 테니 너의 방패도 좀 치워줄래? 어때? 괜찮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