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식비가 눈에 띄게 증가된 걸 알게 되었다. 딱히 외식을 하는 날도 많지 않고 배달음식은 거의 먹지도 않는데 왜 그럴까. 물가의 영향도 있지만 아이들의 식욕은 성장 속도와 비례했다.
치킨이 먹고 싶다면 3마리는 시켜야 한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면 3근은 구워야 한다. 피자가 먹고 싶다면 라지 3판은 시켜야 한다.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밥은 기본이 두 그릇씩이다.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눈치 보며 마음껏 먹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쌀 20kg는 한 달 반이면 충분하고 한 달에 계란 4판을 먹으며 일주일 동안 과일과 야채만 몇 킬로씩 먹는다.
토요일 저녁, 김밥을 열 줄 말았다. 썰어 놓고 먹는 중간에 나는 눈치 보며 라면을 2개 끓여 같이 먹었다. 그만 먹으라는 말도, 그걸 어떻게 다 먹느냐는 말도 하고 싶었지만 천천히 먹으라는 말만 했다. 그렇게 먹고 한 시간 후 배고프다며 과일과 군고구마를 또 먹었다.
이제 두 아이는 나보다 키가 크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나를 내려보고 있다.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 내심 흐뭇하면서도 너무 빨리 커버린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한참 클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거라고는 밥 해주는 것 밖에 없다.
모든 의욕의 기본은 식욕이니 꺾이지 않길. 먹고 싶은 것이 많아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밥솥 한가득 밥을 하며 음식을 만든다. 무럭무럭 자라라.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마음도 키워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