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잔치 설거지, 과연 누가 맡게 될 것인가

환호의 정점에서 감지된 외국인의 9조 원 매도 신호

by 편부효
살아가는 박자를 고민하다 보니,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시장의 박자 또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들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호흡을 지키는 일은, 일상뿐만 아니라 이 차가운 자본의 현장에서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덕목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축제의 환호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맞이할 잔치 이후의 시간을 그려보았습니다.


올해 코스피가 38퍼센트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가 19만 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도 94만 원을 넘어섰다. 시장은 축제 분위기다.


뉴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숫자를 이야기한다. 환호는 점점 커지고, 기대는 당연한 듯 굳어간다.


그러나 환호의 한가운데서 전혀 다른 움직임이 감지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9조 1,56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 4조 6,550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 코스피 200 선물시장에서도 3조 7,970억 원을 순매도하며 현·선물 양시장에서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수 급등 국면에서 외국인은 특히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9조 5,540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올해 들어 주가가 59% 급등하며 사상 처음 ‘19 만전자’에 올라섰지만, 외국인에게 그 가격은 추격의 신호가 아니라 차익 실현의 기회였던 셈이다.


두 번째로 많이 판 종목은 SK하이닉스로 5조 9,72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어 현대차 5조 2,940억 원, SK스퀘어 6,370억 원, 현대모비스 6,090억 원, 현대글로비스 5,420억 원 순이었다.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그 순간, 가장 뜨거운 자리에서 가장 차가운 선택이 내려졌다.


그리고 질문이 남는다.


이번 잔치의 설거지는 과연 누가 하게 될 것인가.


주식시장은 냉혹하다. 잔치가 끝나면 반드시 누군가는 남는다. 그리고 남은 자들이 뒷정리를 한다. 그동안 우리 시장에서 그 역할은 너무 자주 국내 기관과 개인의 몫이었다. 특히 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그 자리에 서 있던 경우가 많았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도를 곧바로 ‘이탈’이나 ‘경고 신호’로 단정하기에는 이른 측면도 있다. 급등 구간에서의 차익 실현은 자연스러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일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 확보,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 조정, 선물시장과 연계된 헤지 전략 등 구조적 요인도 함께 작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상승이 실제 기업 실적 개선과 산업 구조 변화에 기반한 재평가라면, 일부 차익 실현은 상승 추세의 종결이 아니라 건전한 속도 조절일 수도 있다.

국내 자금이 매물을 흡수하며 수급 구조가 다변화된다면 이는 오히려 시장 체질 개선의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시장은 심리의 공간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국내 기관과 개인이 받아내며 지수를 지탱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가, 주도권 이동인지 또 하나의 ‘설거지 장세’의 전조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잔치의 끝에서 남겨진 경험을 갖고 있다. 반복돼 온 구조 속에서 같은 장면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게 되는 이유다. 머리로는 냉정을 말하지만,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불안 역시 시장 참여자의 현실이다.


결국 관건은 단 하나다.

지금의 가격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이익 흐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실적이 뒷받침되고, 산업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며, 자금 유입이 일시적 유동성에 그치지 않는다면 이번 상승은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단계적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경우, 지금 매도한 자금은 더 높은 가격에서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전제 없이 기대만으로 밀어 올린 상승이라면, 설거지는 또다시 우리 시장 내부의 몫이 될 것이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판단은 얼음처럼 차가워야 한다.

이번만큼은 다르기를 바란다. 이번만큼은 그 억울한 반복에 종지부를 찍고, 외국인들이 설거지를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늘 설거지만 하던 우리 시장의 모습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들이 뒤늦게 돌아와 더 비싼 대가를 치르는 장면이 펼쳐지기를.


그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오랫동안 같은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 절제된 바람이다.


이번 잔치의 끝에서 우리가 닦아야 할 것이 빈 그릇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의 결과이기를.

그 질문을 품은 채, 시장을 다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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