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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르바 Jun 12. 2024

러시아마술사와 함께 일해 본 SSUL #1

더 매직스타 보다가 생각난 기억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더 매직 스타'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예전에 테마파크에서 러시아 마술사들과 함께 일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한국에서는 마술이 주로 어린이 공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클래식한 예술 장르로 통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마술사들의 실력이 뛰어남에도 성인 관객분들은 서구권 외모의 마술사가 마술을 할 때 더 신비롭게 느끼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일단 질러보자. 먹어도 고!"를 외치며 러시아 마술사를 섭외해보기로 했습니다. 비행기 값과 숙소까지 제공해야 했지만, 러시아의 평균 월급이 8-90만 원 정도라 한국 평균 급여정도는 그들에게 꽤 괜찮은 조건이었어요. 다른 국가에서 공연해보고 싶은 마음에 의외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다만, 비자 절차가 생각보다 번거롭긴 했습니다


해외 초청이 처음이라 초반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현지를 방문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들기때문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연 영상을 보거나 메일로 받은 영상을 검토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게 아뿔싸였습니다. 


한국에서 마술은 이은결 마술사님 같은 스테이지 공연을 떠올리는데, 

제가 처음 섭외한 친구는 파티장 퍼포먼스에 강한 마술사였어요. 

쉽게 말해, 스테이지에서 몸통을 자르거나 탈출하는 공연이 아니라 테이블에서 사람들과 가까이서 하는 클로즈업 마술이나 멘탈 매직을 주로 하는 친구였던 거죠. 저는 포트폴리오 영상만 보고 퍼포먼스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초청했던건데, 알고보니 무대 마술을 못하는 친구였던거에요ㅠ(생각해보니 이 친구는 한국에서 공연을보고 싶어서 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권에서는 스테이지 마술을 구시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요즘은 클로즈업 마술이나 멘탈 매직이 더 인기가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무대 마술도 한국 관객들에게도 전혀 적응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친구 데려다 놓고 한 달 동안 밤새 무대 공연 연습을 시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4개월을 함께 했죠. 그래도 러시아 친구들이 BOSS 문화가 있어서인지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해줬습니다. 저도 덕분에 러시아 공연을 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정보도 많이 얻기도 했고, 그렇게 러시아권 국가들의 친구들과 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는 사우나를 좋아했는데, 지금도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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