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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르바 Jun 29. 2024

American Idiot #1

순정이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음악이 듣고 싶어 유튜브 뮤직을 켰다. 여러 음악이 나오다가 일렉기타의 연주음이 흘러나오며 고3시절 나의 독서실 생활을 함께한 Greenday의 American idiot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싸이월드는 지금의 스레드처럼 모르는 사람을 염탐(?)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그 아이를 알게된 것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친구 싸이의 일촌평을 무심코 누른 덕분이었다.


그 아이 싸이에 들어가자 흘러나오던 일렉기타 연주음. 당시 나는 SG워너비를 좋아하던 친구들과 구분짓기를 하며 음악적 취향에 대한 뽕이 가득찬 놈이었기에 Greenday 음악을 배경음으로 해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발동하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시작 된 염탐...
예쁜 척이 부끄러운 지 되려 엉망스런 표정을 한 우스꽝스러운 사진, 친구들과 함께 찍은 환하게 웃는 사진, 나름 심오하게 쓴 다이어리를 보며 그 아이에 대한 상상은 증폭했고 호기심은 점점 떨림으로 바뀌어갔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알 수 있는 다른 학교 친구였지만 숫기가 없던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고, 고3을 망칠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그저 메말라가는 정신에 단비가 필요할 때마다 그 아이의 싸이월드를 뒤적거렸다.


어느덧 대학교 1학년도 수개월이 흘러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습관처럼 그 아이의 싸이월드를 들어가고 있었다. 게시물을 자주 업데이트 하지 않던 아이였기에 N이라고 쓰인 빨간색 아이콘이 보이기만 하면 그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 시절이 계속 될 순 없었다. 이미 친한 친구들도 그 아이를 알고 있었고, 여러번의 연애기회마저 물리친 나였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개찌질이가 되어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그 찌질함에 질려가고 있었다. 이젠 정말 결단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이 찌질한 행위가 더이상 나의 남성성을 위협하게 둘 수 없었고 스토킹처럼 보이는 염탐 행위를 종신하고 싶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 아이에게 일촌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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