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나는 서른 살이 되었고 무기력증에 걸렸다.
삶을 송두리 빼앗아 갈 만한 큰 충격적인 사건도 없었고
인간관계 속에서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안에 열등감, 비교의식과 같은 위험인자들이 드러난 것 뿐이었다.
밝은 성격, 크고 작은 인정, 자잘한 성취욕이라는 항체로 견디다가
스스로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무기력증에 젖어가고 있었다.
서른 무렵.
자연스럽게 떠나가고 남는 관계들 속에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들에 한계가 찾아왔다.
남들은 나보고 서른이 되었으면 이제 어른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덜 자란 어른이었다.
나는 갑자기 무기력이라는 블랙홀 안에 힘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도 해 보았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은 없었다.
단지 서른이 되었고, 무기력증에 걸렸다.
나의 이야기가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사소하지만 누구나 겪을 법 한 나의 이야기를 통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과 소소한 위로를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직면하고
스스로 단절시켜버린 자신과의 소통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