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꽃 축제가 한창일 때
날씨가 다했던 스페인 여행의 정점은 바로 코르도바에서였다. 남편과 갔던 때가 마침 파티오 축제라는 꽃 축제가 열릴 때여서였다. 신기하게도 집집마다 꽃을 전시해 자랑한다는 축제였다.
남편과 나는 일찌감치 도착해 메스키타를 살짝 보고는 바로 거리로 향했다. 처음엔 팜플랫이 없어 조금 헤맸는데, 확신의 패키지가 지나가는 곳을 그대로 따라가니 참여하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한국인 패키지 자체가 없었으나 그런 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자유여행이던 우리에겐 패키지는 나침반 그 자체였다.
첫 집부터 줄을 서고 들어 갔는데, 솔직히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너무 일률적이랄까? 팜플랫을 받아 들고 지도를 살피고는 참가하는 집이 많이 모인 쪽으로 향했다. 이번엔 큐알 코드가 지도가 되어 주었다. 구글지도처럼 우리가 움직이는 내내 어디 있는지 올바른 방향을 알려줬다. (가끔 먹통도 되긴 했지만 대체로 그랬다) 우리는 참가하는 집이 많은 알카사르(파란 선) 쪽을 향했다.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싱그러움에 감탄이 나왔다.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빼꼼히 걸린 하얀 구름 역시 예술이었다. 사진으로 제대로 담기지 않아 아쉽다.
나가는 길에는 주인분께 1유로짜리 동전도 드렸다. 무료 축제이지만 이 집은 드리고 싶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놓고 가신 흔적도 있었다. 우리는 "그라시아스"라는 감사인사를 받고는 다음 집으로 떠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도 길어졌다. 자연히 집 밖의 장식물도 눈에 띄었다. 주로 그동안 어떻게 참여해 왔는지 소개하는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팜플랫을 들고 지도의 숫자를 하나하나 지워가던 할아버지도 눈에 띄었다. 우리도 헷갈리지 않도록 거쳐간 집들에 적혀있던 숫자를 지워갔다.
스타일이 조금 달랐던 집도 있었다. 레몬인가 싶은 노란 열매가 달린 나무가 인상적이었는데, 벽마다 달린 화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정원을 연상케 했다. 모자이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어쩌다 찍힌 밀짚모자 서양 아저씨는 마치 정원사처럼 느껴졌다. 아마 나도 다른 분들의 사진에 많이도 찍혀있겠지?
5월의 해는 뜨거웠지만 높이 있는 꽃들까지 보고 싶어 자꾸만 우러러봤다. 선글라스도 거의 벗고 봤다.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줄이 어마어마했던 곳을 끝으로 우린 축제의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기다리는 그 순간이 끝이었다. 집집마다 있는 행사 진행요원은 우리에게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주었다. 다른 집들도 가보니 마찬가지였다. 사이트를 확인하니 4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시에스타(낮잠) 시간인가 보다 싶었다.
시간이 떴다. 이미 예매한 렌페 기차를 타고 다시 세비야로 돌아가야만 해서였다. 이럴 땐 기념품 가게로 가는 것이 최선! 가장 예쁜 것을 골라 선물드렸다. 늘 화초를 죽이는 나는 그림으로 나와있는 풍경마저 놀랍기만 하다. 이래서 남향, 남향하는 걸까. 스페인은 나라 전체가 남향인데.
순식간에 끝나는 동영상처럼 나에게 코르도바는 그런 곳으로 남았다. 아쉬워서인지 더 그립다. 내가 스페인 사람이라면 이곳만큼은 소문내지 않고 나만 아는 곳으로 남겼겠다 싶다. 다들 알함브라, 알함브라 하던데 나는 아예 안 가서 그런지 이곳이야말로 깊은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