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그냥 열리는 호텔은 위험해
스페인 여행에 앞서 가장 먼저 외운 단어는 바로 뽈리시아였다. 스페인어로 경찰이라는 뜻인데, 소매치기 세계 1위라는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가기 위한 사전 연습이기도 했다. 스페인 한국 대사관 주의사항에도 보면 바르셀로나로만 따로 분류한 안전사항이 세세히도 나와있다. 호텔에 대해서만 이 정도다.
1. 호텔 조식당도 소매치기가 드나든다.
2. 호텔 체크인 아웃 과정에서 캐리어를 들고 튄다.
3. 호텔 청소부가 훔치는 경우까지 있다.
와우! 항공권을 결제하고 안 사실이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가면 안 되는 도시가 바르셀로나였다. 그럼에도 가는 이유는 후에 포스팅하겠지만 결국 가우디가 좋아서였다. 건축을 전공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3부작 다큐멘터리에 매료되어 버렸고, 그 바람은 13년 만에 항공권 결제로 이루어진 터였다.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 남편과 잠드는 그 순간까지 우리와 짐을 지키기 위해 이중 잠금장치를 가져갔다. 연박 역시 있을 수 없어 바르셀로나의 5박은 모두 다른 호텔에서 묵었다. (중간 1박은 몬세라트이긴 했다) 체크아웃 후 짐 보관 시에도 일일이 사진으로 찍었다. 당장의 사진이 짐을 지켜주진 않겠지만 최소한 증거는 될 거라고 여겼다.
일정을 마치고, 체크아웃 후 보관했던 짐을 찾기 위해 다시 호텔로 향했다. 구글 지도를 보고 돌아온 호텔은 뭔가 달라져 있었다. 애초부터 불안했지만 그래도 처음엔 닫혀있던 자동문이 그냥 싹 다 열려있던 것이었다!
로비를 지켜야 할 직원분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싸한 공기만이 감돌뿐이었다. 잠깐의 기다림 후, 위층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뽈리시아(경찰)였다. 뽈리시아 둘이 범인 한 명을 체포해 유유히 밖으로 향했다. 직원분도 그제야 내려오셨다. 아마도 경찰에 신고한 듯한 남녀는 재빠르게 따라와 체크아웃을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동문이 닫혔다.
로비 바로 위층은 물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공간이었기에 조식당의 경우와 비슷했다. 충분히 소매치기가 탐낼만한 장소였다. 정문마저 자동문에 직원의 확인도 없이 그냥 막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으니 얼마나 쉬워 보였을까?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던 거였다. 해당 공간을 사용했음에도 마침 소매치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매사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나에게 지나치다 놀려대던 남편은 뽈리시아의 등장에 급격히 엄숙해졌다. 우리는 맡긴 짐을 모두 찾고서는 그곳을 얼른 빠져나가 택시를 탔다. 목적지는 공항이었다. 세비야로 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저가항공의 셀프 체크인을 하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소매치기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공항이었으므로 모든 사람들을 다 절도범이라 여겨야 했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선 마음의 문마저 2중 3중으로 걸어 잠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