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파스타는 파스타가 아니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by 표류자차

바르셀로나의 둘째 날. 점심으로 정한 메뉴는 바로 파스타였다. 애초에 케밥을 먹기로 되어있었지만 앞의 일정이 짧아지는 바람에 시간이 붕 떠 새로 정한 것이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한 식당은 가까운 위치였다. 평점도 높았다.



Avinguda de la Riera de Cassoles, 19, Sarrià-Sant Gervasi, 08012 Barcelona, 스페인


남편과 나는 쉽게 식당을 찾았다. Argento's라는 카페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다. 아직 이른 점심이라서인지 사람도 적어 쾌적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남편에게 추천 후기 캡쳐본을 보내줬다. 남편은 일어나 곧장 카운터로 향했다. 남편은 조금 연배가 있던, 어쩌면 주인장 같았던 분과 메뉴를 두고 제법 많은 말을 했다. 남편의 영어를 잘 못 알아들으시는 걸까 싶기도 했다. 어쨌거나 스페인에 왔으면서 영어만 줄곧 써댔으니 못 알아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남편은 돌아와 시간이 걸린 이유를 알려줬다.


남편 : XX야. 파스타가 파스타가 아니래.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남편 : 빵이야.


순간 뻥을 치는 건가 했다.


남편 : (캡쳐본을 보며) 여기 사진에도 파스타는 없지 않아?


나는 식당의 분위기를 올린 줄 알았다고 대꾸했다.


파스타정체오른쪽.jpg

남편은 카운터 분께 캡쳐본을 보여주니 계속 아니라며 손으로 빵을 가리키셨다고 했다. 우리 같은 분들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마땅히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그 빵을 달라고 했단다. 아침에도 인천공항에서 샀던 떡을 먹은 우리인데, 이른 점심 식사까지 디저트를 먹어야 했다. 왼쪽이 샌드위치고, 오른쪽이 우리를 착각에 빠뜨린 가로등 파스타다.


당혹스러웠으나 (배고파서인지) 맛은 좋았다. 파스타면이라도 사용한 것인지 되게 쫄깃한 빵이었달까? 365의 참치 샌드위치만큼은 아니었지만 맛있는 빵이긴 했다. 왼쪽은 그냥저냥. 가벼운 조식으로 먹었다면 딱 좋았을 곳이었다.


기쁨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을 때만 일어나는 작용일까? 적당한 실망과 허기를 뒤로 하고, 우리는 자리를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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