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과 친환경 사이에서
처음엔 고장인 줄 알았다. 쓱 하고 뺏으나 혓바닥 내밀듯 늘어나기만 하고 나와주지를 않았다. 이거 장난치나? 핸드타월에게 잠시나마 오기가 났으나 더한 고장을 불러일으킬까 싶어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옷에다 쓱. 내 손을 닦았다.
인천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던 여정의 중심엔 헬싱키가 있었다. 레이오버 시간도 널널해 공항 화장실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밖에 있던 남편에게로 갔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 : 화장실 핸드타월이... (어쩌고 저쩌고)
남편 : 그거 원래 그런 건데?
남편은 유튜브로 미리 봤다며 헬싱키 공항의 화장실 휴지는 원래 쓱 나오다 다시 들어가는 것이라 알려줬다. 아하! 그렇구나. 그러고는 말았다. 생각해 보면 주로 옷에 닦는 편인데 이 날따라 왜 타월에 손이 갔을까 싶기도 했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공항 화장실을 찾았다. 이때서야 핀란드 분들이 여유롭게 핸드타월을 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핸드타월의 참모습이었다. 우리가 수건이라 부르는 그것 말이다. 무척이나 자연스럽던 그분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내 집도 아니고, 어떻게 환경 의식이 저리 높을 수 있는 것인지 놀랍기도 했다.
누군가는 위생을 말할 것이다. 코로나를 겪지 않았냐 끊임없이 추궁할 수도 있다. 외부인이 드나드는 공항이니 더더욱 말이다. 그렇지만 스페인의 가뭄으로 몸이 힘들었던 경험을 했던 나(바르셀로나 호텔 욕조에 마개가 없는 이유)는 자연의 파괴가 결국 인간의 파괴일 수 있음을 알기에 무엇이 먼저일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귀국 날, 헬싱키 공항 화장실에선 기어코 핸드타월을 길게 늘어트려 고장 내신 분이 계셨다. 항상 환경을 고장 내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나라고 다를 것이 없다. 나름 환경을 생각한다고 물통을 들고 다니고, 냄비로 음식을 담아 오기도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한 적도 많다.
환경에겐 더 이상 타협의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핀란드인의 지혜에 놀라며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