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떡볶이에 대한 모독

어쩌다 마주친 한식집에서

by 표류자차

남편과 내가 스페인 여행에서 공통으로 합의를 본 사안은 바로 한식집에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아파트형에 4박이나 묵어 그곳에서 라면이나 햇반을 돌려 먹으면 되니 한식이 그리울 일도 딱히 없을 거라 여겼다. 실제로도 그랬다.


문제는 여행 5일째에 찾아왔다. 세비야의 알카사르에서 스페인광장에 가는 길목에 있던 스페인 정통 음식점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자연히 주변을 살피는데, 웬걸? 늘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한식집이 이곳에도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이었기에 앞에 기다리고 있는 분들도 제법 계셨는데, 모두 한국분이셨다. 우리는 나쁘지 않으니 사람이 많은 거겠다 싶어 같이 기다리는 것에 동참했다.


KakaoTalk_20250531_164006724_01.jpg

우리의 메뉴는 비빔밥과 떡볶이였다. 스페인의 음식도 대체로 좋았지만 떡볶이는 대체할 수 없는 맛이었기에 기다리면서도 군침이 돌았다. 딱 전형적인 떡볶이의 맛을 기대하던 순간이었다. 외국이니 조금 느끼할 수도 있겠지만 특유의 매콤함이 잠재울 거라 굳게 믿기도 했다.


KakaoTalk_20250531_164006724_02.jpg

본 메뉴 시작 전 밑반찬이 나왔다. 겉절이부터 손이 갔는데, 입속에서 아삭아삭 씹혔다. 이거면 됐구나 싶어 기대감이 커졌다.


KakaoTalk_20250531_164006724.jpg

비빔밥은 버터가 있어 약간 느끼했지만 떡볶이가 달래줄 거라고만 여겼다. 적당히 깨작깨작. 시간을 흘려보내니 떡볶이가 등장했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 건지 유일하게 사진도 찍지 못했다.


젓가락은 곤두박질치듯 달렸다. 떡을 잡아 내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오물오물. 생소했다. 현지의 맛이 섞였구나 싶어 다시 오물오물. 그렇게 오물대다 보니 의문이 나왔다.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파시는 것일까 하고. 떡볶이는 난생처음 먹는 맛이었다. 외국이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먹은 그 어떤 외국 음식도 이처럼 이상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한식집을 채운 손님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남편과 나처럼 둘이 오기도 했고, 확신의 패키지 군단도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왜 이런 맛을 냈을까? 궁금해졌다.


어쩌면 많이 배우셨을 요리사님께서는 한국의 떡볶이를 설탕이나 때려 넣은 맛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 설탕을 때려 넣은 맛이 좋았다. 그 맛을 상상하며 주문을 했다. SF 소설을 읽기 전 공상과학을 미리 기대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곳의 떡볶이는 맵기만 했으며 그 매운맛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 정도면 떡볶이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남은 떡볶이는 먹다 보니 나아진다던 남편의 몫이었다.


내려놨던 숟가락이 비빔밥을 향했다. 다시 깨작깨작. 적당한 느끼함을 삼킨 후 그곳을 나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페인 호텔의 옷걸이 사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