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엘리베이터는 '열림 버튼'만 있다.

관대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by 표류자차

스페인 여행의 첫날은 막 해가 저물기 시작했을 무렵부터였다. 남편과 나는 오는 여정의 긴 경유 시간도 있던 터라 더 이상 나가지 말고 숙소에서 쉬기로 다짐했다. 택시를 타고, 총알처럼 날아온 우리는 숙소의 엘리베이터를 기쁘게 올라탔다.


엘리베이터.jpg

남편의 손이 요란했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듯했다.


남편 : 뭐야? 왜 '닫힘 버튼'이 없지?


남편은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닫히지 않자 요지부동이었다. 너무나도 불안해 보였다. 나는 기다리면 된다고 하면서도 남편의 초조함에 동화되었다. 그때 바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남편은 몇 번이고 닫힘 버튼을 찾다 포기하고는 했다. 다른 숙소도, 또 다른 숙소도 닫힘 버튼이 없어서였다. 기억이 맞다면 딱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었다. 숙소는 총 7군데였다. 나는 남편의 초조함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


남편은 무엇 때문에 급했던 걸까? 생각해 보면 닫힘 버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출근길에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가는 초조한 사람이었다. 늦어서도 아니고, 다들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냥 서서도 갔는데, 걷고 있는 사람들의 진동이 온몸에 전파돼 흔들거린 경험이 있다. 정말 제대로 서있기 힘들었다. 그러니 그냥 나도 걷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문.jpg

나는 남편과 달리 닫힘 버튼이 없는 스페인이 부러웠다. 대단한 여유구나 싶었다. 닫힘 버튼이 없다는 건 그만큼 사람이 더 들어올 틈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했다. 반면 빠름 빠름 문화에는 틈이 생겨날 공간이 없다. 나도 힘드니 관대하기 쉽지 않다. 늘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해야 하니 나부터 가겠다고 문부터 닫아댄다. 헉헉거리다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한국은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다. 우리나라는 늘 1등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한국은 답이 없다 하고 싶지 않다. 개개인의 마음이 모여 눈덩이가 되면 그때는 한국도 바뀌지 않을까? 그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킬 거라 믿는다. 이상론이라 욕해도 할 수 없다. 당장 바뀔 수 있는 건 일단 '나'부터이니 내 마음부터 들여다보고 싶다. 일단 꼭꼭 숨어있던 '열림 버튼'부터 찾아볼 거다. 안전을 위해 닫힘 버튼도 남겨는 놓겠지만 열림 버튼에 더 손이 가도록 존재감을 키우고 싶다. 그리고 다른 분들께도 묻고 싶다.


"당신의 마음속 열림 버튼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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