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게레스 저택(Torre Bellesguard)에서
바르셀로나 관광의 첫 번째 일정은 바로 피게레스 저택이었다. 외부만 보면 기존의 가우디 색깔과는 전혀 다른 중세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저택이라 꼭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관광객도 아주 적다고 하니 어딜 가나 북적일 토요일 오전에 한적하게 다녀오기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오전으로 정한 이유는 운영시간이 결정적 이유였다.
10:00~15:00.
너무 짧았다. 다른 곳을 갔다가 들리기에도 위치적으로 매우 외각이었기에 동선의 효율성으로 봤을 때 처음이 좋았다. 피게레스 저택부터 첫 숙소인 실켄 산트 헤르바시까지 도보 15분 거리었다. 다음 숙소인 HG 시티 스위트 바르셀로나까지 또 도보 15분. 이곳은 까사비센스와 까사바트요 모두 도보로 가기 수월했다. 그야말로 '가우디의 집'들을 모두 도보로 걸어가는 일정이었다.
남편과 나는 숙소에서 이동하기 위해 구글지도를 켰다. 피게레스 저택을 검색하고, 운영시간을 다시 보았다.
11:00~15:00.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10시 시작이었는데, 그새 바뀌어 있었다.
문제는 까사비센스와 까사바트요는 이미 예매를 해버렸기에 늦어진 시간에 들어갔다가는 뒤에 일정이 모두 밀릴 판이었다. 무엇보다 숙소를 옮겨야 한다는 것도 큰 장애물이었다. 처음 동선을 짤 때까지만 해도 완벽하다 싶었는데, 시간이 바뀔 수 있다라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우리는 이왕 온 거 바깥이라도 보자며 산책할겸 피게레스 저택까지 올라갔다. 약간의 언덕을 걸어 처음 본 피게레스 저택은 생각만큼이나 고급스러웠다. 저 열려진 문 안쪽에는 매표소도 있었다. 매표소까지 조금 더 걸어가볼까 싶었지만 제지를 했기에 문 앞에서만 보았다. 비가 조금은 내리다 말다하는 애매한 날씨였지만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정말이지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세상 예쁘다는 조명과 옥상의 귀여운 용을 보고 싶었다. 차라리 까사비센스를 뺏어야 할까 후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전 예매를 하지 않은 내 불찰이었다. 여기서 남편과 나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일 뿐이었다. 이방인은 떠나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