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랑 결혼이라도 한 거니?
부쩍 더워진 바르셀로나와는 달리 선선한 바람을 선사한 몬세라트는 무척이나 밖에 있고 싶은 곳이었다. 수도원에서 1박을 하는 남편과 나는 숙소 체크인 후 바로 카페로 향했다. 배가 고파서였다
카페는 남편과 나의 첫 야외 식사자리였다. 소매치기와 흡연자 등의 이유로 실내가 당연했던 우리지만 이곳만큼은 밖에서 먹었다. 숙소(Alberg Abat Oliba)에 있던 공용주방도 사용하지 않았다. 공용식당에서 누룽지를 먹기보단 산속에서 조금 더 낭만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바람이 자꾸만 성가시게 굴었다. 우리가 가져온 음식이 모두 빵 종류였기에 식탁 위에 고정시키기 여간 어려웠던 탓이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먹는 속도를 높여야 했다. 여전히 눈은 산을 향했다.
훅! 갑자기 바람이 거칠게 몰아쳤다. 허리를 정통으로 맞은 커피는 바닥으로 쏟아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남편은 티슈를 가져와 전부 닦아냈고, 나는 남은 음식과 함께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바람에 다 식어버린 피자를 야금야금 먹었다. 그건 그거대로 맛있긴 했다. 유리창 밖 풍경 속엔 바람이 보이지 않았다. 잔잔해지면 좋은 거지만 우리한테만 이런 불운이 온 건가 싶어 약이 올랐다.
바람이 우리를 시샘이라도 한 것일까? 한적한 유럽의 야외에서 식사하고 싶던 낭만은 그렇게 몬세라트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 앞에 날려 보내야만 했다. 찰나였지만 여전히 마음속엔 찰칵하고 찍혀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