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제한 룰 폐지에 관하여
브런치가 쇼츠인 걸까? 아니, 다르게도 묻고 싶다. 브런치가 스펙인 걸까? 일주일 이상 브런치에 들어오지 못하며 생겨난 작은 변화와 폐지의 순간을 알게 되었다. 바로 연속 라이킷을 방지하기 위해 30초 제한이라는 것이 생겨났었다는 것과 폐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놀란 건 브런치에 글까지 올리는 다수의 분들이 이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 거였다.
왜? 대체 왜? 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분들의 의견은 대략 이렇다.
1. 선라이킷 후에 읽기도 한다.
2. 요즘 세상에 누가 정독을 하냐? (응?)
3. 품앗이 밖에 할 수 없다.
4. 라이킷은 글 쓰는 동력이다.
먼저 1번은 발자국형이다. 내가 읽었다며 찾아오라는 일종의 표시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하지만 30초 제한이 걸린다는 건 해당 글에 30초 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소리다. 속독의 대가이시거나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읽기는 싫은데 누르긴 한다는 간접적인 실토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 2번은 질주형이다. 브런치도 숏츠처럼 짤막하게 보며 라이킷을 쉽게 눌러주신다는 소리다. 이분들에게 라이킷은 모두에게 친절히 미소 짓는 것과 같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그래, 나는 모든 것에 공감해"라며 쓰담쓰담 라이킷을 터치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별로여도 당신이 옳다며 눌러주시는 착하디 착한 분들이다.
3번은 관리형이다. 내 친구(구독자)들의 글엔 모두 다 라이킷을 눌러야만 한다. 이것은 일종의 사명이며 해내야만 하는 숙제다. 이분들은 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풀듯 라이킷이라는 정답에 마킹한다. 브런치는 분명 서술형 에세이 플랫폼이었건만 정답에 익숙하신 분들에겐 그런 것은 통하지 않는다. 댓글 같은 다른 소통 창구도 시간이 걸리는 귀찮은 일일 뿐이다. 객관식처럼 찍을 수 있는 라이킷만이 간편한 수단이다.
4번은 갈구형이다. 사실 1, 2, 3번 모두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라이킷 숫자만을 보며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최소한 무리 속에서 배제당하지는 않았다는 안도와 함께 라이킷을 누르기 시작한다. 다시 받아야 해서다. 내 글이 아주 별로는 아니구나부터 시작해 재미가 있었나? 같은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이 오래가지 않는다. 재발행과 재라이킷이라는 끝없는 굴레에 빠져든다.
30초 제한이 좋았던 나 역시 갈구 성향이 아주 없지는 않다. 글 쓰는 일 자체가 인정받고 싶다는 표현 욕구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글 쓰는 동력을 라이킷을 통해 얻지는 않는다. 타고나길 불만이 많은 데다 호기심까지 있어 소재를 찾기 그리 어렵지 않아서다. 내가 관리하지 않아 떠날 구독자였다면 언제라도 떠날 분들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게으른 것일 수도 있지만 매사 노력하는 국민성답게 라이킷마저도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시다 싶어진다.
어쩌면 브런치의 시작인 허들 자체가 일종의 자격증 같은 관문이 된 것은 아닐까? 이미 파워블로거 거나 유튜브에서도 브런치 통과법 같은 내용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것을 뚫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 되고 만다. 이분들에겐 다음번 관문이 남았다. 바로 엄청난 구독자 숫자다. 숫자는 증명이니 더한 과시를 할 수 있다. 그러니 글을 발행하자마자 눌려지는 매크로 라이킷마저 좋을 수밖에 없다.
글 쓰는 근육을 키우고 싶어 브런치를 하고 있는 나는 솔직히 좀 혼돈스럽기도 하다. 인스타나 유튜브를 하시는 분들의 관점이라 생각했어서다. 그래서 묻고 싶다.
"여러분은 왜 브런치를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