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걸작 속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들어가는 문이다. 내 브런치 프로필의 이미지가 되기도 한 이 사진은 볼 때마다 그때의 시점으로 되돌려준다. 들어가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말이다. 지금 내게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이 있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다시 한번 데려가달라 부탁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곳은 환상 그 자체였다.
나를 처음 가우디의 세계로 이끈 건 가우디 탄생 160주년이었다던 2012년 방송한 EBS 다큐프라임 안토니 가우디 3부작을 통해서였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찮게 1부의 시작부터 보게 되었는데 가우디의 어린 시점부터 건축 세계까지 쉽게 알려주는 다큐였다.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세계관과 건축에 매료된 순간이기도 했다. 해당 다큐를 통해 가우디 자체를 처음 알았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때 다큐가 얼마나 좋았으면 가우디 관련 책을 사서 읽을 정도였다. 가우디뿐만 아니라 수많은 건축가들의 책을 읽고 전시도 갔다. 하지만 어떤 건축가도 가우디만큼 인상 깊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른 건축가를 파면 팔수록 새로운 세계를 만나 기쁘기도 했지만 가우디의 건축물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욕구만이 솟구쳤다.
그래서였다. 더럽게도 비싼 유럽여행이라는 것을 신혼여행을 통해 가게 된 것이. 솔직히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었을 두 번째 신혼여행을 통해서 말이다.
안으로 들어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하나의 작은 숲이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찬란한 빛을 맞이하는 경이로운 공간이기도 했다. 작은 공간에 응축된 에너지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다른 유럽의 건물처럼 향으로 사로잡거나 하는 것도 일절 없었다. 오직 공간으로 만들어낸 힘이었다. 공연예술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한 공간에 응축된 커다란 힘을 건축물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스테인 글라스 역시 장관이었다. 다채로운 색감이었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인간미를 보이려던 것이었는지 조금 조잡한 스테인 글라스도 있었지만 미완성된 부분이었던지라 어떻게 완성될지 호기심도 생겨났다. 끊임없는 빛의 향연 속 계속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어마어마한 힘에 눈이 지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좋은 몸상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았다면 어떤 광경이었을지 궁금하다.
일정 초반에 잡지 않아 아쉬웠지만 어쩌면 마무리였기에 다행이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의 순간이었다. 최고의 순간은 고생 끝에 맞이하는 게 더 멋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