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살기 위해
"어! 한국분이다!"
남편과 기차에 오르자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분은 내가 들고 있던 일정표에 쓰인 한국어를 보신 듯했다. 해외라서 이런 건가? 한국인이라는 반가움을 참으로 격하게 표시하시는구나 싶었다. 사실 한국 사람이 많이 간다는 일요일도 아니었고 콜로니아 구엘 성당을 보고 중간 지점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었기에 이런 반응이 다소 낯설었다.
그동안 카페나 식당에서 옆자리에 한국인이 있더라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경우는 없었다. 다들 앞사람을 보고 떠들었을 뿐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 남성분은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옆에 외국인 친구도 있어 보이는데 친화력이 뛰어나신 건가 했다. 하지만 이분에겐 문제가 있었다.
"소매치기당했어요. 갈매기가 새우깡 낚아채듯이 가져가더라고요."
그렇게 스마트폰을 도난당하셨단다. 이분은 옆에 있던 외국인 친구조차 여행지에서 사귄 관계라고 했다. 몬세라트 일정 역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종이 위에 적어놓은 것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이분이 이토록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었다. 이분은 하루하루가 새로우셨다. 미리 일정을 짜지 않았고, 숙소 또한 매일 정하는 것이었다. 스페인행조차 갑자기 정한 낭만객이셨다. 맨주먹 정신이 부러워지면서도 차마 따라 할 용기는 나지 않는 것이었다.
창밖에선 케이블카가 눈에 들어왔다. 어마어마한 높이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몬세라트의 풍경도 예술적으로 다가왔다. 이분은 스마트폰이 없어 셀카를 찍지 못한다며 시무룩해하셨다. 나는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번호를 받아 톡으로 보내주면 되지 않냐고도 했다. 과거 여행지에서 아주머니들께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였다. 남편은 작은 소리로 거절을 표했다. 여행지에서 얽힌 사람과 더 엮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하긴 굳이 필요하다면 외국인 친구분께 부탁해도 됐을 것을 왜 우리에게 흘리듯 말했을까 싶어졌다. 자고로 외국에서 조심해야 할 1순위가 한국인인데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눴을까 경계심이 들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없어 나올 법한 혼잣말인데도 방어력 200% 이상인 나에게는 그런 것이 통할 리가 없었다.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 다시 산악열차에 올랐다. 이분과도 자연스러운 안녕이었다. 어쩌면 이분은 살기 위해 말한 것인데 우리는 살기 위해 차단해야만 했다. 인정머리 없다고 욕을 먹더라도 할 수 없다. 부부는 서로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관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