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를 써 본다.
어쩐지 앉은 자세가 불편하여 자꾸만 고쳐 앉게 된다.
벌써 글을 쓰는 일이 낯설어져 버린 건가.
내 글이 화분에서 자라는 중이었다면, 벌써 말라비틀어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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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에 회사를 들어간 후로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당시에는 주머니 사정이 정말 좋지 않았어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었는데, 한 두 차례 월급을 받고 급한 불을 꺼 보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하고 다시금 깨닫게 된다.
청약 통장에 돈을 집어넣었다.
딱히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내 집 마련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라는 마음이 더 크다.
남들 하는 대로 안 하면 불안한 감정이 든다. 유전자에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있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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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사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는 데만 해도 심력을 크게 소모하는 것 같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요즘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작정하고 커리어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걱정만 주구장창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정말 영양가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비율을 따지기에는 애매하지만, '커리어'는 내 인생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만큼이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내 직업 아닐까?
직업은 자아실현의 도구여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는, 가슴 아프지만, 거리가 먼 이야기 같다. 그래서 이제 입사한 지 고작 2개월 만에 다른 회사의 채용 공고를 뒤적거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중간하게 조금 더 나은 회사를 가봤자 월급 몇 십만 원 더 받을 뿐, 동일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살림살이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
인생이 그런 걸까?
그냥 살림살이 조금씩 더 업그레이드해가다가 때 되면 그냥 바스러지는 그런 과정인가?
물론 그 속에도 행복이 있겠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고 하는 식의.
위인전이 사람을 다 버려놓은 거 아닌가.
내 인생의 서사는 내가 보기에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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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고민 다 집어치우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것이 좋겠다.
사실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내가 금붕어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