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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자만,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좀더 많은 태양에너지, 더 많은 풍력에너지, ....,


더 많은 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요하겠어..


둥켈플라우테를 성명하는 에너지 저장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만화. 위키미디어: Gerhard Mester


아래 그래프는 2023년 11월~12월, 2달 동안 독일의 다양한 생산원별 생산 전기와 소비량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이 기간은 며칠 동안 태양광과 풍력에서 거의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는 "둥켈프라우테(Dunkelflaute)"를 보여준다. 독일은 이기간 동안 약 68GW의 풍력과 73GW의 태양광 설치 용량이 있음에도, 이 두 발전원천의 합산 생산량은 3GW 이하로 떨어졌고, 심지어 얼마 동안은 필요한 전력의 4% 미만만을 공급했다.


Dunkelflaute-Germany-2023, 위키미디어: Geek3


그 여파로 신재생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은 독일 전기 도매 요금은 평소에 비해 20배 이상 폭등했다. 2023년 전력 순수출국이 됐지만 다시 순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체코, 덴마크에서 전기를 대거 수입해야만 했다. 독일의 전기요금은 EU내에서도 가장 비싸다. 2023년 OECD 자료를 보면, 가정용 기준으로 MWh 기준으로 스웨덴의 218.9유로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440.3유로에 달했다. 국민들 삶이 어떻겠는가?


AI가 대세가 되는 요즘 독일은 전기가 없고 수급이 불안정하니 이 산업에 명함도 못내밀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도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화학 기업인 바스프(BASF)는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인 폭스바겐, 벤츠, BMW 등도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생상 거점을 해외로 옮기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내 신규투자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는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원전 이용국이었으나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2023년 마지막 3기의 원전을 종료했다. 독일의 신에너지 정책인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은 탈원전 및 탈탄소화를 목표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인 '재생에너지법(EEG)'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고, 안정적인 지원을 제공하여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가 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유럽내에서 가장 비싼 전기료와 산업의 위축으로 돌아왔다.


둥켈프라우테


둥켈프라우테는 독일어로 ‘어두운 침체’ 또는 '어둠의 침체'를 의미한다. 햇빛과 바람이 거의 없는 기후 현상을 가리킨다. 이렇게 되면 태양열 발전과 풍력발전량이 뚝 떨어진다. 최근 유럽에서 둥켈플라우테 현상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생산의 불안정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고위도 지역의 온도가 주로 상승하면서 지역 간 온도 차가 줄어든다. 온도 차가 줄어들면 바람도 감소하며, 물의 증발이 많아지므로 자연스럽게 구름의 양도 늘어난다. 구름이 덮으면 온실효과는 증대돼 더욱 바람은 죽어간다.


640px-2017-08-26-Windraeder_Fehmarn-4301.jpg 피터스도르프/페마른의 풍력 터빈, 위키미디어: Superbass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 맞아


둥켈플라우테로 인해 유럽에서는 가스 발전량이 폭증하고 이에 따라 가스 가격은 상승한다. 이런 상황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가스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그 동안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저렴한 가스에 의존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 정책이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러시아의 팽창정책은 막아야 하지만 가스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요소로 다시 부각되면서 러시아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리고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는 더 나은 솔루션이 필요해졌다. 결국 유럽은 다시 원자력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는 향후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원전 이용국(2000년대 초반까지 37기 발전용 원자로 보유)이었으나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2023년 4월 15일 모든 원전을 종료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생산 축소 또는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16%였던 기업들이 생산 축소를 고려하는 비율이 지난해 31%, 2024년에는 40%로 급증했다.


탄소 0으로 되면, 독일도 없어져


독일이 탈탄소와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높은 전기료로 산업 생산 감소가 이어지면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다. 정책의 목표가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것이었다면 정확한 정책인 것이다. 독일이 이런 식으로 계속 정책을 고수하면 독일 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당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에너지 정책은 나라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등 그리고 향후 AI 산업에서는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전기 에너지가 필수이다. 언젠가는 재생에너지가 이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양광이나 풍력이 과연 탈탄소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지는 세심히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자력이 풍력과 비슷하며, 태양광보다는 훨씬 적다. 운용 중 사망자 또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차이가 없다. 자동차가 위험하다고 자전거를 모두 타고 다닐 수는 없다. 안전한 자동차 및 교통제도와 시설을 개발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다.


2025년 들어서면서 유럽 여러 나라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거나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최초로 원자로를 개발했지만 최초 탈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가 3월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고, 벨기에도 5월 15일 의회 의결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고 원전 신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웨덴·체코·폴란드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용 기술을 갖춘 나라는 서방 국가에서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하지만 미국은 원자력 산업환경이 무너져 시공 기술이 없다. 프랑스도 노동자와 기술이 부족해 약속된 공기는 커녕 10년이 지나도 완공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캐나다는 CANDU형 원전을 9기 수출(그중 4기는 한국)했지만 최근의 실적은 없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이 지금의 2배가 되어야 한다. 이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전 시공기술을 갖은 우리에게 유사이래 최대의 기회가 왔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기회를 잡을 수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참고문헌


1. 겨울철 고요한 밤 '독일의 고통'?,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5.01.04

2. 둥켈플라우테, 고요한 밤에 배우는 교훈, 정용훈, 한국경제신문, 2024.12.05

3. 비싼 전기료에 '발목'…獨 전기차·배터리 공장 해외로 이탈, 한국경제신문, 2023.10.18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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