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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된 복제 인간, <더 문>(2009)

영화 속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가까운 미래, 달표면의 자원채굴, 클론(복제인간)을 다룬 2009년 개봉한 SF 영화다. 복제인간이 등장하다 보니 주인공은 1인 2역을 하게 되고 영화에서 화면으로 등장하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꿈속에서 등장하는 기억 속의 아내는 있다. 저예산 영화지만 나름 연기력 있는 배우도 나오고 그래픽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잘 만든 영화로 꼽힌다. 원작의 이름은 Moon인데 달로 번역해서 쓸 수도 없어 <더 문>으로 표시했다. 그런데 2023년에 도경수 주연의 한국 SF영화 <더 문>이 나오는 바람에 검색도 어렵고 복잡해져 버렸다.


제공: 영화사 구안


감독을 맡은 던칸 존스(Duncan Zowie Haywood Jones, 1971~)는 이 영화 이후에 <소스 코드>(2011),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2016)의 감독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아버지가 비틀스 이후 가장 중용하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1947~2016)다. 아버지 명성이 이 정도 되면 도움이 됐을지 장애가 됐을지 모르겠다. 존스는 이 영화로 2010년 SF 영화나 드라마 부분에 주는 휴고상 최우수 드라마틱 프레젠테이션(장편) 상을 수상했다. 당시 후보작은 <디스트릭트 9>, <업>, <스타트렉:더 비기닝>, <아바타> 였다는 것을 보면 호평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영화에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는데, 1인 2역을 한 샘 락웰(Sam Rockwell, 1968~, 샘벨 역)의 연기가 볼만하다. 락웰은 대중적인 지명도가 대스타급은 아니지만, 출연하는 작품을 고르는 눈이 높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이다. 정서적으로 좀 모자라거나 어수룩한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뛰어난 재능을 알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인 <쓰리 빌보드>(2018)에서 띨빡한 경찰인 딕슨 역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밖에 달기지의 인공지능 커티의 목소리를 맡은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 1959~)가 눈에 띄고, 지구 본부의 톰슨 역을 맡아 TV화면으로 살짝 나오는 베네딕 위가 우리가 알만한 배우이다. 배우에 의해 눈길이 가는 영화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과 주연의 연기로 다 진행되는 뛰어난 영화이다.




the moon 2019_02.jpg 제공: 영화사 구안


미래의 어느 날 루나 인더스트리라는 기업이 달에 채광기지를 건설하고 헬륨 3 청정에너지를 지구로 공급하고 있다. 이 기지의 유일한 근무자인 주인공 샘 벨은 달에 3년 동안 혼자 파견된 계약노동자이다. 달과 지구의 실시간 연락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위성의 고장으로 샘은 지구와 단절된 채 달에서 인공지능 컴퓨터인 '거티'와 단둘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2주만 지나면 3년간의 파견 근무가 끝나고 사랑하는 부인 테스와 딸 이브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던 중 샘은 이상한 여자의 환영을 보게 된다. 갑자기 화면에서 이상한 장면이 나왔다 사라진다. 광석이 가득 찬 채광기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러 가다 환영을 보고 벨은 사고를 당한다. 장면은 다시 기지로 바뀌고 의무실에서 깨어난 벨은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고 치료를 받는다.


제공: 영화사 구안


비밀 통신을 하는 거티의 수상스러운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신체검사에 전념하다. 점차 체력을 회복한 샘은 정지된 채광기 메튜가 정지된 것을 알게 되고 거티에게 대책을 지시한다. 본사에서는 샘을 기지에서 나가지 않도록 하고 구조팀을 보내기로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샘은 거티와 비밀 협상을 하고 기지 외부로 나간다.


새로운 샘 벨(좌)과 오래된 샘 벨, 제공: 영화사 구안


정지된 채광선 메튜를 찾아 나선 벨은 로버 안에 생존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지로 옮긴다. 의식을 되찾은 생존자는 자신 옆에 또 다른 샘 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둘은 당황하게 된다. 둘은 서로가 클론이라 하고 자신이 원본이라고 주장하는데 당연히 결론이 나지 않는다.


제공: 영화사 구안

티격태걱 싸우며 정이들 무렵, 거짓말 못하는 커티는 벨이 복제인간임을 알려주고 둘은 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합심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벨의 기억은 원본 벨에서 이식되어 온 것이었다. 결국 위성은 방해전파로 막혀 있고 서로 복제인간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비밀의 방을 찾고 수많은 클론을 발견한 후 모든 사실을 알아차린다. 결국 두 사람은 합심해서 구조팀이 오기 전에 탈출을 시도하게 되며 영화는 마지막으로 진행된다.




영화에 나오는 달 채광기지의 이름은 'SARANG-사랑'이다. 기지, 로버의 화면 그리고 제복 가슴팍에 사랑이라고 한글로도 쓰여 있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대사도 2번 나온다. 설정상 한국기업이 참여하여 제작한 기지라고 나오는데 한국이 클론까지 만들어서 전체적인 설정에 주도한 것은 아니다. 한글이 등장하는 이유는 존스 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그랬다고 밝혔는데 일설에 의하면 런던필름스쿨 재학시절 한국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키 17_01.jpg <미키 17>,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클론(Clone)은 유전학적으로 복제가 가능하게 된 이후에 그 효용성, 용도에 대해 이미 멀리 나간 설정이 많이 나왔다. 클론이 원본과 같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클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클론의 생명의 유한한 설정을 바탕에 깔고 진행되면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부분, 다 자란 성체 클론의 기억이식에 대한 이슈 등 많은 소재가 등장한다.


영화 <블랙 스완>이 첫 번째 소재라면, <블래이드러너>가 두 번째 설정에 해당되고,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마지막에 해당하는 내용을 주제로 다룬다. <더 문>과 <미키 17>은 다수의 클론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차이점은 클론이 만들어지는 것의 자발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발생기의 세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복제가 가능하지만 개체 간의 유전자만 같을 따름이다. 영화에서처럼 본능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특정 시점의 가족 간의 관계를 기억하는 것은 출생 이후에 살면서 채득해야 하는 사항이다. 복제되기 직전까지 갖고 있던 기억의 상태를 똑같이 이식하여 만들어내는 것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인간의 기억은 뉴런이 분화하여 시냅스가 만들어진 후 이들간의 네트워크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DNA 에서 유래되는 것이 아니다. 즉 기억은 후생유전학(epigenetic)적 산물인 것이다. 그래서 기억의 이식은 복사하여 붙여놓기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설령 완전한 복제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개체별 다른 환경과 시각에서 삶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한 공장에서 나온 똑같은 자동차라도 소유주의 삶에 따라 다른 길을 갈 것이고 정비나 유지관리도 달라져서 10년쯤 뒤에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다른 자동차가 되는 것과 유사하다.


영화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인류의 지식발전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과학기술상태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날이 올 때를 대비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미래를 의식하는 동물인 인간만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영화도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따라서 미래의 인류는 현재의 인류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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