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지구과학 이야기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제1차 베이비붐 세대로, 출생부터 삶 전체가 일본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진학이나 취업, 결혼, 주택 문제 등에서 극심한 경쟁을 겪었는데, 다행히 일본의 고도 성장기와 맞물려 비교적 풍요로운 일생을 살았다. 거꾸로 풍부한 노동력을 사회에 제공했고 일본의 고도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때문에 일본은 초고령사회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단카이'는 지질학적으로 퇴적암 가운데 흙이 단단히 뭉친 '덩어리'부분을 의미한다.
'단카이(団塊, Dankai, 덩어리)'라는 용어는 작가이자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1935~2019)의 소설 <단카이의 세대 団塊の世代>(1976)에서 유래했다. 전후 급격히 증가한 인구가 마치 거대한 덩어리처럼 사회에서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진학, 취업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는 모습을 지질학 용어로 묘사한 것이다.
이 소설은 일본의 근미래를 예측한 소설로 알려지면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사카이야는 1935년(쇼와 10년) 오사카에서 출생하여 도쿄(東京) 대학 졸업 후, 현재의 경제기획청(현 내각부)에 들어가 결국 장관까지 지냈다. 1970년 오사카 세계박람회 개최를 기획했고, 관료 시절 작가로 데뷔해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발표했다. 퇴임 후에는 작가, 경제평론가로 활약했다. 독자적인 시점에서 많은 역사 소설도 다루어 <고개의 군상>, <히데요시>는 대하드라마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뚜렷한 비전으로 시대를 이끌었고 미래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카이 세대는 주로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약 680만 명에서 8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집단을 말한다. 이는 일본 전체 인구 1억 2,310만 명의 약 5.5~6.5%를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이다. 단카이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수험전쟁, 경쟁, 학생운동, 청바지, 뉴뮤직, 뉴패밀리 등이 언급된다. 한편으로는 자기들끼리 잘 뭉치는 특징으로 문화소비구조를 바꾸었다. 단카이 세대가 정년퇴직(60세)하기 시작한 시점도 '2007년 문제'라고 기술 전승문제, 퇴직금 부담, 금융시장 악영향 등이 문제 되기도 했다. 이들 다음 세대는 '신인류 (新人類, しんじんるい , 신진루이)라고 부른다.
단카이 세대가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일본 사회는 '2025년 문제'라는 중대한 도전에 또다시 직면했다. 이는 단카이 세대 전원이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전 인구의 17.5%(2,154만 명, 2024년 고령사회백서, 내각부)가 후기 고령자가 된다. 이로 인해 의료비, 요양보호비 등 사회보장 재정 지출이 폭증하고, 의료 및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된다.
또한 고령층의 사망과 함께 주택 소유주가 부재한 '빈집'과 후계자를 못 찾은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동산 관리, 상속 문제 및 중소기업 직원의 실업 등도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은퇴 후 개인 단위 소비가 증가하고, 스스로를 가꾸고 즐기는 데 집중하는 등 소비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단카이(団塊)'의 한자어 '단괴(團塊)'는 지질학적으로 퇴적작용에서 특정 성분이 농축되거나 응집되어 주변 암석보다 단단해진 '덩어리'를 뜻한다. 이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지표면의 기존 암석이 풍화 및 침식 작용을 받으면 모래, 자갈, 진흙 등의 퇴적물(암설)로 부서진다. 이 퇴적물들이 물, 바람, 빙하 등에 의해 운반되어 호수나 바다 밑과 같은 안정된 지역에 쌓인다. 이후 위에 쌓이는 퇴적층의 무게와 압력으로 인해 아래 퇴적물 알갱이 사이의 공극 간격이 좁아지고 퇴적물의 밀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물속에 녹아있던 석회질이나 규산질 같은 광물 성분이 퇴적물 알갱이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고, 접착제처럼 알갱이들을 서로 단단하게 굳게 만드는 교결 과정이 진행된다. 이때 특정 성분이 주변보다 집중적으로 뭉쳐져(농축·응집) 형성된 불규칙한 형태의 덩어리가 바로 단괴이다.
지질학적 단괴(geological nodules)는 주로 구성 성분이나 형성 과정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망가니즈 단괴 (Manganese Nodules / Polymetallic Nodules): 가장 잘 알려진 망간단괴로 알려진 유형으로, 주로 심해저 평원(abyssal plains)에서 발견된다. 망가니즈 산화물과 수산화철을 중심으로 니켈, 구리, 코발트, 티타늄 등의 유용 금속으로 구성된다. 해수에서 직접 금속 이온이 침전되거나(수소성, hydrogenetic), 퇴적물 공극수에서 침전(속성, diagenetic)되는 과정을 통해 수백만 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형성된다.
(2) 쳐트 단괴 (Chert Nodules) : 석회암이나 백악층에서 흔히 발견되는 단괴이다. 주로 실리카(이산화규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단하고 치밀한 특성을 가진다. 해양 미생물의 규산질 껍질이 용해된 후, 속성 작용 중 탄산염 암석을 규산염으로 교체하면서 형성된다. 쳐트 단괴는 플린트(flint)라고도 하는데 날카로운 모서리와 강도 때문에 석기시대에 주로 사용하던 재료이며 따라서 고고학적으로도 중요하다.
(3) 철광석/철석 단괴 (Ironstone Nodules / Siderite Nodules): 철분이 풍부한 퇴적암 환경에서 발견된다. 주로 시데라이트(siderite, 탄산철)나 적철석(hematite), 자철석(magnetite), 침철석(goethite)과 같은 철 산화물로 구성된다. 주로 석탄층 상부의 점토질 퇴적물과 같은 산소가 없는 환원 환경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4) 인회석 단괴 (Phosphorite Nodules): 해양 셰일이나 일부 석회암층에서 발견된다. 인산염 광물(아파타이트 등)로 구성되어 있다. 해저면이나 퇴적물 내에서 인산염 성분이 침전되어 형성된다. 인회석은 전 세계 인광석 매장량의 70% 이상이 모로코와 서사하라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5) 기타 단괴로 황철석/백철석 단괴 (Pyrite/Marcasite Nodules)는 황철석(pyrite) 또는 백철석(marcasite)으로 구성되며, 석탄층에서 흔히 발견된다. 셉타리안 단괴 (Septarian Nodules)는 내부가 방사형 또는 동심원상의 균열(septaria)로 채워진 독특한 형태의 단괴이다. 균열 내부에는 흔히 방해석이나 시데라이트 결정이 채워져 있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약 10년 빠르다. 두 세대 모두 인구수가 많아 사회 진출 시점에 치열한 경쟁을 겪었고, 해당 국가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한국은 일본보다 약 20년 늦게 초고령사회(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인구)로 진입하고 있으며, 일본이 겪는 '2025년 문제'는 한국 사회가 곧 직면할 미래의 모습이다.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의료 및 돌봄 시스템 확충, 연금 재정 안정화, 고령층의 사회 참여 및 소비 주체로서의 역할 강화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 재설계가 요구된다. 일본의 빈집 문제 등을 참고하여 한국도 고령층의 자산(부동산 등) 관리 및 원활한 상속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사람이나 광물이나 서로 유사한 것들끼리 모이게 되어 있다. 광물은 위치한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가장 안정된 장소를 찾아 모인다. 그런 위치의 광물이 가치가 있다면 우리는 광상이라고 부르고 광산을 만들어 캐내어 사용한다. 이렇게 발굴된 광물은 이런저런 목적으로 나누어져 사용된 후 폐기되면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 이들은 지질 작용을 받으면 먼 훗날 다시 만나 단괴를 만들지도 모른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션,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