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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혜 Nov 25. 2024

친절을 발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도 용기인 것 같아요

오랜만에 아침미소목장에 갔다. 기록을 찾아보니 2년 만이더라.


아침미소목장엔 소 먹이 주고, 놀이터에서 놀고, 거기 카페에서 먹으려고 가는 곳임. 어른들은 거기 초원에서 인생샷도 찍고 하지만은, 미취학 어린이 둘은 사진 따위 노관심.


이번에도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송아지 우유부터 먹이고 시작함. 송아지라지만 크기가 어른 사람만 하고 무는 힘도 매우 세서, 우유통 잡고 송아지랑 줄다리기 해야 됨. 2년 전엔 3살 짜리는 무섭다고 시도도 못했고, 5살, 7살 됐어도 엄마가 같이 우유통 잡고 버텨줘야 송아지 퀘스트 성공.


바람 씽씽 불어서 후리스로는 감당 안 될 추위에 우유 먹이기 퀘스트 후 바로 카페 직행.


여기 카이막이 맛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은지라 남편 없는 틈을 타 냉큼 시킴. 1만 6천원 삭제.



©️아침미소목장



비싸지만 맛있었다!


카이막보다도 빵이 지인짜 맛있었음.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한 베이글 처음 먹어봄! 솔직히 카이막은 나는 무맛이던데. 아무 맛 안 나는 크림치즈를 꿀에 찍어 먹는 느낌쓰. 빵이 JMT. 못 먹은 남편한테 미안하니 다음에 꼭 데려와서 먹여야 될 것 같은 맛.


아니, 나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닌데. 빵맛 떠올리니 정신줄 놓침.


어쨌든 맛난 빵은 자고로 손으로 집어 먹어야 제맛이니, 아이들 데리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감. 화장실에 가니 나도 아이들도 급한 용무! 아이들 먼저 처리해서 내보내고, 나도 편안히 용무를 마치려는데, 자리로 안 가고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들림.


"엄마! 손 씻으려는데 손이 안 닿아!"


"알았어. 나가서 기다려. 엄마 쉬하고 나가서 씻겨줄게!"


나도 빨리 처리하고 나가려는데 좀 더 무거운 용무가 마중나와서 나가질 못하고 있었음. 얘들아! 나가 있어! 나가서 기다려! 몇 번 외치며 용무를 마치고 나왔는데, 아이들이 손을 씻고 있는 광경이 펼쳐져 있음.


어느 친절하신 아주머니가 우리 무거운 둘째를 안아서 손 씻겨 주시고, 첫째는 까치발해서 손 씻으니 우쭈주 잘한다 격려해주고 계셨음.


"아아. 감사합니다.(꾸벅)"


따뜻한 미소 날리시고 퇴장하시는 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혼자서 애 둘 데리고 나오는 날엔 이런 작은 친절에 감동 받곤 한다. 조금 기다리면 아이들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셨을 텐데, 시간을 내고 품을 벌려 아이들을 도와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작아 보이지만 이런 친절은 사실 쉽게 베풀 수 있는 게 아니다. 혹시나 오지랖이면 어쩌나, 아이 엄마가 불편하게 느끼면 어쩌나, 괜히 귀찮은 일 만들지 말자, 싶은 생각들이 쉽게 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도 애 키워봤으니 알지. 조금 도와주면 엄마가 편할거야.' 라는 마음이셨겠지. 추위와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꽁꽁 언 몸과 마음이, 베풀어주신 친절 덕에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도 다음에는 용기를 내서 아줌마만 할 수 있는 친절을 발휘해야지. 겨울이 좀 더 따뜻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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