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명절엔 가족과 함께!"
를 외치며 동생이 조카들을 보러 제주도에 내려왔다.
동생을 만난 건 근 2년 만이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동생과 마주 앉았다.
"언니, 친구 만나?"
"아니, 안 만남."
주변을 돌아보니, 궁금한 걸 물어보는 정도의 엄마들 관계가 있고, 딱히 따로 만나는 친구는 없었다.
이상하다. 나 분명히 E 였는데.
"친구 안 만나는 게 편해. 요즘은 온라인 관계로 만족하는 듯."
이 말은 진심이었다.
오래 사귀어 온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있고, 내 또래의 친구를 사귀려면 새로 사귀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매우 귀찮다.
요즘은 별로 외롭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아서인지 관계를 위해 시간을 내고 에너지를 내는 것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고 있다.
외롭고 우울하면 친구를 만들기 보다 다시 심리상담을 받는 게 낫다.
"언니는 집에서 계속 애들 키울 거야? 일하고 싶거나 그래?"
"지금은 별로 일할 마음이 없는데, 앞으로도 그럴 지는 모르겠어. 언젠가 일하고 싶을지도 모르지."
"J들은 앞으로 몇 년치 계획이 줄줄 나오는 거 아니었어?"
"그러게. 나 J인데.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몇 년치는 무슨. 그리고 그렇게 계획 세워봤자 다 쓸 데 없어.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됨."
참고로 동생은 P다.
나는 왕 J인데 인생이 계획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니, 새로웠다.
실제로 나는 오늘 하루, 1일 치의 계획은 세우지만 앞으로 몇 년, 혹은 몇 달 앞의 삶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고 있지 않았다.
그때 되면 어떻게든 살겠지, 지금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나이를 먹었나 보다.
삶에는 내 생각과 다른 변수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계획은 늘 틀어지게 마련이며, 그럼에도 어떻게든 된다는 경험이 쌓인 결과다.
나는 ESFJ 였는데, ISFP 가 되었나.
새삼스러워 ISFP 는 어떤 사람인지 찾아 본다.
16 personalities 에서는 ISFP가 모험가라고 일컫고 있다.
모험가는 유연한 방식으로 삶에 적응하며 일부 성격과 달리 엄격한 일정과 계획을 따르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험가는 하루 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현재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또한 삶에서 여유를 추구하며, 혼자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등 즉흥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추억을 쌓고자 합니다.
모험가는 유연한 사고 방식과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신과 생각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사람도 받아들입니다. 또한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바꾸는 데도 거리낌이 없으며 다른 사람도 변화할 수 있다고 믿곤 합니다.
마음에 든다.
'지금 현재'와 '바로 여기'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로군.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것들로 나의 캐릭터가 변해 간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내년 추석엔 또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