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월급은 120만 원이었다.
26살이었던 것 같은데.
서울의 대안학교에서 파트타임으로 국어를 가르쳤다.
120만 원에서 십일조/헌금 떼고, 밥 먹고, 맛있는 거 사먹고, 교통비 하고, 옷 사 입고, 데이트 하고, 적금은 10만 원 했나, 그러고 나면 돈이 없었다.
돈은 더 벌고 싶으면서도 더 벌기는 힘들었다. 파트타임이었어도 그만큼 수업 준비하는 데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써 버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정신 노동이 힘들어서 육체 노동을 꿈꾸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는 꿈꾸던 삶을 사는 셈이다.
집안일은 온전히 육체 노동이다. 육아도 그렇다.
머리가 너무 심심해서 글을 쓰고 책을 찾아 읽을 정도이니, 나는 지금 육체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는 거다.
좋은 건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은 육체 노동자라는 점이다. 내 집의 가사와 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니 타인의 눈치를 볼 일도 없다. 신경 써야 하는 건 남편의 잔소리 정도.
얼마 전 이혼 예능을 보다가 그집 남편이 자기 취미를 위해서 3천만 원을 넘게 쓰면서,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들 육아하는 아내에게는 생활비를 30만 원밖에 안 주는 걸 봤다.
그걸 보면서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내가 관리하도록 내어주는 남편이 얼마나 착하고 좋은 사람인가, 새삼 느꼈다.
나는 늘 과하게 완벽주의적이어서 돈 버는 게 힘들었다. 내가 노력하고 에너지를 들인 것에 비해, 버는 돈은 늘 적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돈 벌기가 싫고 힘들어 그만둬 버리고 싶었다.
그런 나에 비해 남편은 돈 버는 일이 많이 힘들지 않아 보인다. 물론 남편도 고생하지만, 고생하는 것에 비해 보수를 넉넉히 받는 느낌이다.
이런 남자와 내가 가족이고, 이 남자는 가족을 자신처럼 여기니 감사한 일이다.
결론은 내가 지금 내 삶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편안하고 안정된 게, 젊은 시절의 나에게 괜히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다.
자,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주말 동안 쌓인 빨래와 청소와 설거지를 하자.
내가 꿈꾸던 육체 노동의 현실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