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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07. 2024

죽음에 관하여

애별리고(愛別離苦)

#20241101 #죽음 #애별리고


 나는 죽음이 두렵다. 한 존재로서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이 두렵고, 또 아깝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두려운 거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 이별이 두렵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과 더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얘기할 수도 없고 닿아 있을 수 없다는 게, 영원히 단절된다는 게. 그 이별이란 게 나는 두렵다. 


 근데 누구에게나 언제고 죽음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것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다. 태어난 것은 모두 죽게 되어 있으니까. 죽음조차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했던 게, 어쩔 수 없이 누구에게나 죽음이란 게 닥쳐온다면(내가 죽든, 상대가 죽든)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도록, 언제 헤어져도 아쉽지 않도록 평소에 얘기도 많이 하고 추억도 많이 만들고 잘 대하고 많이 웃고 솔직하게 대하고 많이 보고 많이 만지고 해야 나중에 헤어지는 그때가 왔을 때 덜 후회하지 않을까? 이별은 당연히 슬프겠지만 그래도 나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노라고 스스로 위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처님께서는 사성제(四聖諦)를 설하시면서 고제(苦諦)에는 여덟 가지 괴로움(八苦)이 있다고 하셨다. 태어나고 나이 들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生老病死),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愛別離苦), 5음으로 인하여 괴로움을 받는 괴로움(五陰盛苦)이 그것들이다.* 


 중생으로써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괴로움. 근데 진정으로 이것들이 괴롭다고 느끼고 벗어나고 싶다면 하루빨리 마음을 닦아야 할 텐데,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걸 보고만 있고 닦을 생각은 안 하는 걸 보면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마냥 태우고만 있는 듯하다. 



*대반열반경권상, https://kabc.dongguk.edu/content/view?dataId=ABC_IT_K0652_T_001&gisaNum=007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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